“홍삼에 발기부전약 성분”…건기식 시장 커지는데 관리 ‘허술’

“홍삼에 발기부전약 성분”…건기식 시장 커지는데 관리 ‘허술’

건기식에 ‘타다라필’ 등 발기부전 의약품 성분 검출 잇따라
이상사례도 매년 증가…상관관계 분석 보고 등 예방 조치 지연
식약처, “인증 심사 강화 노력할 것”

기사승인 2023-01-06 06:00:19
쿠키뉴스 자료사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에서 부정물질이 검출되거나 먹은 후 이상반응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기식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는 만큼 관리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식회사 코스팜의 ‘진삼화써큐온(홍삼)’ 제품에 ‘타다라필’이 검출돼 판매 중단 및 회수조치가 내려졌다. 타다라필은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엄연히 의사 처방 하에 사용할 수 있다. 부작용으로는 홍조, 두근거림, 근육통, 시야장애가 올 수 있다. 

건기식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나온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16일 식약처는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실데나필’, ‘타다라필’이 검출된 미국산 고형차 분말로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조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12개 업체를 ‘식품위생법 등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내렸다. 이 중 일부는 고형차 분말을 캡슐 형태의 고형차 혹은 비타민으로 불법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8년 잇따라 적발돼 왔다. 

이상반응 신고 사례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품목별로 총 5795건의 이상사례가 접수됐으며, 2018년 1066건에서 2021년 1413건으로 24.6% 증가했다. 소화불량, 가려움 등 부작용을 겪은 사례도 최근 5년간 8410건이 신고됐다. 그 중 식약처 조사결과 부적합 건기식으로 판명돼 회수 조치에 들어간 품목도 최근 5년간 57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2021년 국장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건기식 관리 강화와 함께 이상사례 인과관계를 발표한다고 했지만 아직 입증자료를 공표하지 않았다.

당시 2021년 국정감사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건기식심의위원회에서 부작용에 관한 인과관계를 규명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데다 중대이상사례에 대한 과학적·의학적 인과관계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건기식심의위원회 존재 자체가 의문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건기식은 의약품과 다르게 일반인에서 건강유지에 대한 근거 유무만 보기 때문에 임상 절차가 간단하다. 원료 물질에 대한 개별인정을 받기 위해 인체적용시험을 거치지만 의약품 임상과 비교해 인증 및 허가 기준이 낮다. 결국 개발 접근성이 큰 만큼 우후죽순 제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자재 기재에 대한 규정도 부족해 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건기식 시장 커지는데, 규제·관리 못 따라가 지적도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건강 소비 트렌드 붐으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1429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8% 성장한 수준이다. 2019년 4조8936억원 수준이던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원을 넘어섰고 2년 만에 6조원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커지는 시장에 비해 안전관리 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시장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에 힘쓰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식약처는 건기식과 관련 소분·맞춤형 건기식 사업 법제화, 기능성 원료 제품화 기술지원,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기식 기술 개발 협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에 힘썼다. 오히려 개발이 쉽도록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정형 원료에 전분이나 과당 등을 섞어서 원료성 제품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 등을 내보이기며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 

올해 식약처 예산안에도 건기식 섭취 안전 관련 부정물질 검출, 인증 심사 강화 등의 구체적 계획은 없다. 다만 부작용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반 건기식 적정섭취 모델 구축’ 과제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병용섭취, 과용량 섭취에 대한 적정 기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건강기능식품법령에 적합한 제품이 유통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특정시기별)으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하고 있다”며 “올해도 가정의 달에 대비해 다소비 제품에 대한 기준·규격 적합 여부 등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상사례가 많이 보고되는 제품에도 반기별로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사 강화와 관련해서는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위해 인체적용시험 자료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절차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을 확대하고, 기능성 심사 시 데이터 신뢰성과 대상자 안전 확보를 중점으로 검토하겠다. 향후 건기식 특성을 고려한 시험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능성원료 인정심사개선 연구로 평가체계를 개선하고자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