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경질 사태에 흥국생명 팬들도 뿔이 났다.
임형준 흥국생명 배구단 구단주는 지난 2일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김여일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흥국생명 감독직을 맡은 권 감독은 3라운드 종료 기준 팀을 2위로 올려놨다. 5일 경기 전까지 14승 4패(승점 42점)로 선두 현대건설(승점 48점)에 고작 6점차로 뒤지고 있다. 흥국생명이 5일 GS칼텍스전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을 최대 3점차까지 좁힐 수 있다.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에 배구계 관계자는 물론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맞대결을 앞두고 경기장의 분위기는 묘했다. 평소 활기차던 팬들의 반응과 달리 다소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서 팬들도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최근 사태로 인해 팬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중 일부는 구단을 향한 항의 문구가 담긴 클래퍼를 자체 제작해 나눠줬다. 클래퍼에는 ‘행복 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최근 구단의 불미스런 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향한 응원은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날 클래퍼를 나눠준 A씨는 “선수들이 이번 사태로 많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구단을 향한 팬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흥국생명 팬 B씨는 “구단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밝혔으면 좋겠다. 매번 이런 식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오지 않고, 선수들은 불안한 상태로 경기를 치렀다”라면서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C씨 역시 “언제쯤 구단이 조용한 날이 올까.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팀이 하나로 뭉쳐 나아가기도 부족한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정말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