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밤 8시까지…늘봄학교에 기대와 우려 교차

‘초등 돌봄’ 밤 8시까지…늘봄학교에 기대와 우려 교차

늘봄학교, 올해 시범 운영 후 2025년 전국으로 확대
교원단체·노조, 교원 업무경감 방안 등 촉구

기사승인 2023-01-10 06:30:06
돌봄교실. 쿠키뉴스DB

교육부가 저녁 8시까지 돌봄·방과후 수업을 제공하는 내용의 초등 ‘늘봄학교’ 추진을 발표하자 교육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교육부는 9일 초등 ‘늘봄학교’ 운영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에게 개별화된 교육과 돌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4곳 관할 200여 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통 오후 5시까지 운영되던 돌봄 프로그램은 학부모 수요에 맞춰 오전 7~9시 아침 돌봄 교실을 늘리고 저녁 돌봄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한다. 지난해 기준 오후 5시 이후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교실은 전체 1만4970실 중 4528실(30.2%)에 불과했고 아침 돌봄을 운영하는 교실은 534곳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도 마찬가지로 오후 8시까지 확대된다. 

또한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일시 돌봄’ 서비스로 제공한다. 

취학 직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에듀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초등학교 입학하면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닐 때보다 귀가 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에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는 3월 초 초등학생 신입생 중 희망학생에게 1학년 발달 단계와 특성에 맞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틈새 돌봄을 시범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방과후 프로그램 내실화에도 나선다. 교육부는 저학년의 경우 기초학력 지원, 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학년의 경우 인공지능(AI)·코딩·빅데이터 등 고품질 방과후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로 했다. 

돌봄 확대로 교원들의 업무 가중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 교육부는 방과후 운영체계를 단위 학교에서 교육청 주심의 지역 단위로 개편하기로 했다.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너무 늦게까지 아이가 학교에 묶여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부모가 제시간에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김모(39)씨는 “지금도 일부 학교의 돌봄교실은 들어가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이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에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안쓰럽다” “부모의 저녁있는 삶을 만들어야 하는데” “집은 밤늦게 들어가 씻고 잠만 자는 곳이 돼 버릴 것 같다” “이제 회사에서 대놓고 늦게까지 일 시키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간식과 석식도 준다니 필요한 사람들은 정말 좋을 듯”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줄어들긴 할 듯” 등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교원단체와 노조는 교원업무 경감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입장문에서 “다양한 돌봄 및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관련 업무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예기치 못한 강사 결원, 연례화된 교육공무직의 파업 대응, 교원이 없는 시간대 벌어질 각종 안전사고 등에 대한 대응과 책임·민원 등의 몫은 고스란히 학교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논평을 내고 “지원센터 등의 역할이 확대된다고는 하나 학교와 담임교사의 책임이 되지 않도록 분명한 운영 상 기준과 지침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침-저녁 돌봄과 같이 무조건적인 시간, 즉 양적 확대가 아니라 분명한 수요에 대한 조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며 가정돌봄과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동정책 등과도 면밀하게 연결될 수 있게 범부처적, 사회적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료를 통해 “교육지원청에 거점형 돌봄 시설을 마련하고 돌봄 대기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이나 과밀학교의 돌봄교실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방안은 대도시지역에 한정돼 적용될 수밖에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며 “기존 초등 돌봄교실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는 해소하지 못한 채 학교 중심 돌봄교실의 유형만 다양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발표된 내용에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돌봄교실 관련 운영 주체 분리와 인력지원 방안 및 공간 분리 방안에 대한 어떤 계획도 담겨 있지 않다”며 “교육지원청 중심의 늘봄학교는 장기적으로 지자체에서 실현할 구상과 전망을 제시하고 아울러 이를 실현할 지자체의 집행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돌봄 받을 권리를 국가가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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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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