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분양 매입 논란……“국민혈세로 건설사 구하기”

정부 미분양 매입 논란……“국민혈세로 건설사 구하기”

기사승인 2023-01-17 06:00:02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쿠키뉴스 DB.

정부가 건설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민간 미분양 매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미분양 아파트에 국민 혈세 투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와 수요 예측 실패가 미분양의 주범인데, 굳이 국가예산까지 사용해야 하는지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5만8027가구로 전월 4만7217가구 대비 22.9% 급증했다. 미분양이 한 달 새 1만 가구가 늘어났는데 이는 2015년 12월(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7110가구로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는 미분양 물량은 6만2000가구이다. 미분양 증가 속도와 12월 통계를 집계하면 6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분양 물량이 쌓일 경우 건설사의 자산건정성 악화와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사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미분양에 따른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앞서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쌓이자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하며 미분양 매입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LH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를 각각 2억1000만~2억6000만원대 가격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매입가는 분양가의 15% 할인된 금액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해 서울의 대표적인 미분양 아파트다. 지난해 2월 본청약에서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미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이에 지난해 7월 15% 할인 분양에 나섰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미분양 아파트로 남았다.

LH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무주택·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매입임대주택’의 일환이라고 밝혔으나 공공기관의 ‘미분양 매입 후 임대’가 본격화될 수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앞서 정부는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40% 삭감했다. 이 가운데 혈세를 동원해 미분양주택을 매입은 적절성을 놓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부동산업계 ‘환영’…건설사 구하기 비판은 못 피해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경기가 안 좋은데 미분양 물량이 일부 세대라도 해소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민간분양 물량 중 일부가 공공분양으로 임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부분이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제도이긴 하다”면서도 “LH 같은 경우는 부채비율이 높아서 얼마나 여력이 될지 모르겠으나 제값에만 사준다면 감사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울은 가격만 맞으면 미분양 우려는 적어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이다”며 “지방의 경우 공공기관이 매입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 같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이 부실화될 경우 지방에도 전이가 되기에 정부입장에서는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건설사가 줄도산 할 경우 주택공급이 적어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서울처럼 장기적인 공급량을 확보해야 하는 지역에서는 침체기에 활용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사 구하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오느냐가 관건이다”며 “시중 가격으로 매입을 할 경우 건설사 구제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매입해서 임대를 해야 임대가격도 내려가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 건설사들이 우후죽순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하다 보니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게 된 것이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어놓고 정부가 혈세를 들여 사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건설사도 좋고 공공주택 물량도 늘어서 좋은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매입임대를 하려면 경매제도를 도입해 가격을 낮춰 구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