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준우승이지만…베트남 축구를 바꾼 박항서

박항서 감독, 베트남과 마지막 동행서 준우승 마무리
베트남 축구 발전의 주역, 한국 감독 동남아 진출 열풍 이끌기도

기사승인 2023-01-17 06:00:09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실패했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를 뒤바꿨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6일(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컵’ 태국과 결승 2차전에서 0대 1로 패배했다.

앞서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2대 2 무승부를 기록한 베트남은 합계 2대 3으로 밀리며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던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최강팀 태국을 끝내 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과 동행을 마무리한다. 베트남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박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7년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5년 4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은 첫 대회인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박항서 신드롬’을 예고하는 출발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U-23 대표팀을 다시 이끌고 4강에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 베트남의 최고 성적은 16강이었는데, 4강 무대까지 밟는 데 성공했다.

이후 스즈키컵(미츠비시컵 옛 이름)에서 베트남을 10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으며 성공 신화를 써갔다.

2019년에도 박 감독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8강에 오르는 성적을 냈다. 동남아 최대 종합대회인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 베트남에 첫 축구 금메달을 안겼다.

이밖에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베트남을 사상 처음으로 최종예선에 진출시켰다. 최종예선에서는 본선행은 좌절됐지만 지난해 2월 중국을 3대 1로 꺾고 최종예선 첫 승을 달성했다.

2021년에는 SEA 게임 2회 연속 우승에도 성공했다.

이같은 활약에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축구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한국에선 2002 한일월드컵에서 2002년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빗대 ‘쌀딩크(쌀+히딩크)’로 부르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에게 3차례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베트남 축구의 위상도 한껏 올랐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 FIFA 랭킹이 130위대였던 베트남은 지난해 12월 기준 96위까지 올랐다.

박 감독의 활약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을,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을 선임하는 등 ‘축구 한류’ 열풍을 끌었다.

박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베트남 축구는 계속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내일부터 난 더 이상 베트남 감독이 아니지만 팬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국가대표팀과 U-23 팀을 열렬히 응원하겠다. 서로에 대한 좋은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