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서울지국장 크리스찬 데이비스가 "(전쟁 상황 시) 내가 실제로 생존할 가능성은 0보다 약간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제(16일) 그는 '한반도 전쟁 준비의 교훈'이라는 칼럼에서 "작년 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포함한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칼럼에서 데이비스는 서방 외교관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전쟁의 무서움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최근) 서방 외교관과 점심을 먹다가 가능한 한 무관심한척 하면서 한반도 전쟁 시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물어봤다"며 "(질문을 들은 외교관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에게 답변한 외교관은 "적들의(남과 북) 화력이 매우 크고, 이에 비해 그들 간 거리는 너무 좁아서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모두 끝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하 생략·출처 MBN)
◇ 미망의 적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야권에서 비판이 터져 나온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기자 질문에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UAE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하 생략·출처 국민일보)
□ 敵(적)='원수' '겨루다'
‘적’은 ‘원수’나 ‘겨루다’의 뜻을 갖는다. 칠 복(攵)+밑동 적(啇)이 결합해 ‘敵’이 된 것이다. ‘칠 복’ 즉 ‘攵’이라는 한자는 나무막대나 채찍을 뜻한다. 따라서 채찍으로 입 구(口) 즉 ‘구멍’을 막으니 밑동(뿌리)이 죽을 수밖에 없다.
외교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말실수 했다. 소신이나 철학, 세계사 공부에 따른 정의의 관점에서 나온 말은 아닌 듯싶다. ‘본능’과 ‘감각’으로 튀어나온 말이 “UAE의 적은 이란”이란 표현이라고 봐야겠다.
인간의 인식 흐름이란 5단계로 구분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대했을 때 본능, 감각, 생각, 의식, 개념의 순으로 발전된다. 본능과 감각은 반사작용 같은 것인데 감정이 격해졌거나 할 때 본능과 감각으로 축적된 인식의 밑바탕이 입으로 튀어 올라와 버린다. 부부싸움 때 조심해야 한다.
어쨌거나 튀어 나온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다. 대통령실 말 그대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해명해야 한다. 미망은 적을 낳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서울지국장 크리스찬 데이비스의 지적은 두렵다. 기사대로 현실의 적이 내 눈 앞에 놓여 있는데 남북이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적이 되어 입 구(口)를 치면(攵) 서울이고 평양이고 한반도 전체의 밑동이 날아간다. 불(火)로 생명(밑동)이 타버린다.
심난하다.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