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심야 음악 토크쇼에 새 변화를 준다. 다음 달 5일 첫 방송을 앞둔 KBS2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이하 드라이브)는 KBS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즌제 음악 프로그램이다. 한 해 동안 MC 네 명이 각각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맡아 4개 시즌을 이어가는 연간 프로젝트다. 첫 시즌 진행은 가수 박재범이 맡았다. 박재범, 정동환과 박석형 PD, 이창수 PD는 17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KBS에서 이런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냐는 말을 듣고 싶다”며 새로운 각오를 전했다.
“시즌제 도전, 박재범 섭외… 선입견 깨려 했죠”
‘드라이브’는 지난해 7월 종영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이어 반년 만에 나온 심야 음악 토크쇼다. 앞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 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것과 달리 시즌제로 편성됐다. 각 진행자 개성과 트렌드를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박석형 PD는 “30년 동안 이어온 뮤직 토크쇼 명맥을 잇지만, 동시에 별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면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전 프로그램이 보편성을 지향한 것과 달리 ‘드라이브’는 개별성에 초점을 둔다. 공동 연출을 맡은 이창수 PD는 “기획 단계부터 편견을 깨는 걸 골자로 했다. 박재범을 섭외한 것도 선입견을 깨고자 한 의도”라면서 “식당의 주방장 특선처럼 시즌마다 새로운 분이 새 음악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취지 좋아서 MC 맡아… 즉흥적으로 진행했어요”
KBS는 ‘더 시즌즈’라는 큰 줄기에 각 진행자마다 새로운 이름과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이다. 현재 세 번째 시즌까지 진행자를 확정했다. 첫 시즌은 MC 박재범에 맞춰 프로그램명 ‘드라이브’부터 폰트, 핵심 색깔까지 여러 논의를 거쳐 기획했다. 제작진은 “녹화를 해보니 박재범이 대본대로 하질 않더라”며 “편견을 깨고 시대에 맞는 진행 방식을 보여줘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딱딱한 진행은 성향과 맞지 않다”고 운을 뗀 박재범은 “궁금한 것들을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물어보며 진행했다”며 녹화 후기를 전했다. 차에서 음악과 함께 편하게 사담 나누는 느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박재범은 신인 가수를 소개하기 위해 별도 영상까지 촬영하는 등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경연 프로그램은 많지만 음악인들이 창작물을 편히 보여줄 기회는 늘 적다”면서 “프로그램 취지가 좋은 만큼 내 역할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미스터트롯’ 아니어도 임영웅 발굴하고 싶어요”
‘더 시즌즈’는 새 뮤지션을 소개하는 창구로서 기능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음악에 집중하는 프로그램 성격을 반영해 세션에도 공을 들였다. 세션 밴드는 멜로망스 정동환을 주축으로 하는 정마에와 쿵치타치가 맡았다. 정동환은 “다양한 음악과 악기를 접목했다. 보고 듣는 재미가 가득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제작진은 고루한 이미지가 아닌 젊은 방송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또 다른 목표로 삼았다. 이창수 PD는 “‘미스터트롯’이 아니어도 임영웅 같은 가수를 발굴하고 싶다. ‘고등래퍼’, ‘케이팝스타’가 아니어도 이영지와 악뮤 같은 원석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더 새롭고 발칙하게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드라이브’를 기점으로 KBS가 젊어지려 노력 중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KBS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해보겠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 달 5일 오후 10시55분 첫 방송.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