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약 퇴출 잇따라…홀로 남은 ‘콜린알포’ 운명은

치매 예방약 퇴출 잇따라…홀로 남은 ‘콜린알포’ 운명은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효능 입증 못해 ‘퇴출’
콜린알포, 2025년 결과보고서 제출 예정
업계 “환자 인지기능 개선 효과 확인 쉽지 않아”

기사승인 2023-01-19 07:00:02
픽사베이

인지기능개선제 역할로 치매 진행 예방에 쓰이던 중추신경계(CNS) 약물들이 임상 재평가에 줄줄이 퇴출되고 있다. 현재 뇌기능개선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만이 남은 상황에서, 해당 품목의 임상재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서한을 공개하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옥시라세탐 제제가 임상재평가 결과 유효성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다만, 열람,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약 30일 후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주관사였던 고려제약이 제출한 자료를 내부 검토하고 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해당 효능‧효과에 대한 유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임상 재평가는 해당 성분을 보유한 업체 20개사 중 4개사의 6개 품목만이 참여했다.

옥시라세탐 제제 경우 인지장애 개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기업과 임상시험 설계를 논의할 때 이차 평가 변수를 뇌 영상 촬영, 보호자 평가 등 13가지나 추가했지만 유효성 입증에는 실패했다. 참여 기업들은 제출 기한을 4번 연장하고, 임상재평가 보고서 결과 제출까지 7여년이 걸렸지만 결국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앞서 인지기능개선제로 시장에서 큰 규모를 차지했던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도 임상재평가에서 탈락했다. 

도네페질은 2012년 실시한 임상재평가에서 7년 준비가 무색하게 ‘혈관성치매’에 대한 효능 입증 실패로 2019년 해당 적응증이 삭제됐다. 아세틸엘카르니틴도 ‘일차적 퇴행성질환’과 ‘뇌혈관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질환’ 2013년 임상재평가가 지시된 후, 각각 2019년, 2022년 효능 삭제를 면치 못했다.

남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우려 딛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치매 예방으로 처방할 수 있는 뇌기능개선제 중 남은 것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알포)’다. 콜린알포 제제는 연매출 5000억원 규모로 뇌기능개선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약 65개의 업체가 콜린알포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콜린알포 제제 역시 뇌기능개선제로 임상재평가 대상에 지정되면서 유효성이 검증대에 오른 상태다. 해당 성분 임상재평가는 치매 환자,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 퇴행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총 3개의 임상이 설계돼 있다.

지난 2020년 6월 임상재평가 실시 공고 이후 업체들은 2021년 6월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받고 본격적인 입증 자료 모으기에 돌입했다. 전체 콜린알포 제제 144개 제품 중 133개 품목(57개사)에 대해 진행될 예정이며, 재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11개 품목(8개사)은 약사법에 따라 행정처분에 들어가 판매 중지된다.

콜린알포 제제도 유효성 문제에 있어서는 안전하지 못하다. 해당 품목은 앞서 2020년 급여재평가를 통해 치매 효능은 유지 됐지만, 인지장애 개선 등 주 적응증은 본인부담율이 30%에서 80%로 올라가는 등 급여가 축소됐다. 당시 재평가 발표에 선별급여 적용까지 겹치자 콜린알포 품목을 포기하고 나선 제약사들도 더러 있었다. 

또한 시민단체와 약사회 등은 “콜린알포 허가 사항을 증명할 충분한 근거가 없고, 외국에서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콜린 알포 제제의 건강보험 유지를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 따르면 해당 약품이 개발된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보험에 등재하지 않았다. 이는 인지 기능에 대한 명확한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뇌기능개선제는 임상적 효과를 증명하기 어렵다. 환자 상태는 계속 악화되는데, 실질적으로 개선된다는 점을 보여줄 방안이 없다”며 “하물며 기대를 모았던 치매 신약들도 나오기 전부터 실패하거나 나와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예방이 되는 지 확인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콜린 알포 처방액이 크다보니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감안해 이번 임상재평가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사실 기준이 엄격해 이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옥시라세탐의 결과를 통해 업계는 또 한번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 콜린 알포 제제가 인지기능 개선제로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고 뚜렷한 대체제가 없는 만큼 업체들도 해당 품목을 놓기 어렵다. 관련 제약사들도 임상재평가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알포제제의 임상재평가 결과보고서는 2025년까지 제출토록 돼 있다. 제출된 보고서에 따라 해당 품목의 급여 유지 또는 시장 퇴출이 결정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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