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IPO 딜레마…시장 경색에 고민 커져

SK에코플랜트 IPO 딜레마…시장 경색에 고민 커져

기사승인 2023-01-19 07:01:01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주관사 선정 이후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우선 고금리·인플레이션 여파로 주식시장은 크게 위축되면서 상장을 대기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해서다.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M&A(인수합병)가 기업 건전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수년 간 지속된 M&A로 단기 차입금이 9개월 새 2배로 늘어났다. 장외주식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도 하락세다.

각종 악재에 IPO 추진 발목…상장 준비 기업 줄줄이 연기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주식(K-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주가는 6만원(1월 17일 기준)이다. 한때 10만원대 거래되던 주가가 약 40% 하락했다. 3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현재 2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본시장에서 전망한 기업가치(10조원)에 5분의 1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크게 줄어든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IPO 시장 위축 △글로벌 증시 침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최근 IPO를 준비 중이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미루거나 철회했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위축,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 새벽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올해 초 코스피 상장 추진을 연기했고, 2조 원 가량의 몸값으로 상장을 추진해온 골프존 카운티도 IPO를 철회했다. 

9개월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단기차입금(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부채)도 부담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초부터 건설사(SK건설)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M&A(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M&A 투자에 2조598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러한 공격적인 M&A는 재무부담을 커지게 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은 3조6090억2211만원으로 전년(2021년) 말(1조7245억8860만원) 대비 109.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4905억3371만원으로 전년 말(5963억3680만원) 대비 약 9000억원이 늘어났다.  기업의 단기채무지급능력 지표인 유동비율도 98.6%에 불과하다. 최근 신용등급이 내려간 태영건설(106.9%), 한신공영(159.9%) 보다  낮다. 만약 유동비율이 100 이하면 위기 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 전지훈 연구위원은 “최근 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건설 및 PF유동화 시장의 자금경색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점은 차입규모가 확대된 동사의 재무융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장기물 위주의 안정적인 차입구조를 갖고 있고, 1조원 규모의 프리IPO 성공 등 자본금 확충으로 인해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도 “지난 2022년 9월말 연결기준 1조8690억원의 현금성자산과 5100억원의 미소진 여신한도를 보유하고 있어 재무적 융통성은 우수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가치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국내 폐기물전문기업 코엔텍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4.54배 수준이다. 반면 SK에코플랜트의 PER은 약 41배다. 이는 지난 2021년 순이익(2405억원)과 자본시장에서 전망한 시가총액(10조원)으로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3분기 7110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는 물적 분할 이후 매각 차익으로 인한 일회성 효과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PER을 적용하긴 어렵다. 

건설업종 평균 PER이 10배 미만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 기업은 지난해 플랜트 부문을 매각했으나 건설 의존도는 여전히 크다. 2022년 3분기 기준 건축·주택(1조1812억7700만원)과 인프라(6203억8700만원)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4조8941억9600만원) 36.81%를 차지한다. 반면 환경(5256억6900만원), 에너지(3080억3100만원) 비중(합산)은 17.03%에 불과하다. 매출 규모에서 2배 이상 차이나는 GS건설의 시가총액도 2조원 안팎 수준이다. 

SK에코플랜트, IPO에 사활 건 배경은

SK에코플랜트가 적극적으로 IPO를 추진하는 배경은 비지니스 전환을 위한 자금확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년여간 M&A등을 통해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완료했고,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중심으로 환경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향후 신사업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IPO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때 대주주였던 SK디스커버리의 지분 정리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최대주주는 SK(지분 44.48%)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SK에코플랜트 지분을 SK와 SK디스커버리가 각각 공동으로 보유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공동 지분 보유에 균열이 생겼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에 따라 SK디스커버리는 지난 2019년 6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SK에코플랜트 보통주 997만989주를 PRS(주가수익스와프)를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주당 3만500원, 기초계약금액 3041억원에 팔았다. 이후 SK디스커버리는 SK에코플랜트의 프리IPO로 PRS 지분 일부를 PEF(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현재 SK디스커버리의 SK플랜트 지분율은 28%에서 1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PRS 계약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지분 매도는 필수적이다. SK디스커버리와 계약한 기관투자자들의 순조로운 엑시트(투자금 회수 후 매각)를 위해서다. 비상장 상태에서 18% 지분 매각은 쉽지 않은 만큼 IPO를 통해 출구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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