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찍다 꽈당… 병원 “지침상 문제없어, 퇴원하라”

X-ray 찍다 꽈당… 병원 “지침상 문제없어, 퇴원하라”

70대 환자, 촬영 중 넘어진 이후 건강 악화
환자 가족 ‘분통’… 의료인도 병원 대응에 ‘의문’
병원 측 “도의적으로는 안타깝다”

기사승인 2023-01-20 16:38:58
김씨가 지난해 12월 x-ray 촬영 중 넘어진 모습. 김씨 가족 제공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고령의 환자가 X-ray(엑스레이)를 찍던 중 넘어졌다. 환자 가족은 병원 측 안전조치가 부실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모(73·여)씨는 지난해 12월13일 집에서 미끄러져 양쪽 어깨가 부러졌다. 같은날 오전 5시40분 서울 동북부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의료진은 7시쯤 1차 엑스레이 촬영을 한 뒤 마약 성분의 진통제 페치딘(pethidine)를 김씨에 투여했다. 이후 엑스레이 2차 촬영을 하러 김씨는 휠체어에 앉은 채 이동했다. 엑스레이 진단기기 앞에 설 때는 김씨 혼자였다. 김씨는 휘청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촬영실 밖에 있던 의료진 2명이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낙상 이후 김씨는 기존 어깨 골절이 악화된 것뿐만 아니라 손목, 허리, 복부, 머리에도 통증을 호소했다. 사고 발생 3일 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가족들은 같은달 19일 경찰에 방사선사를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고 법원에 증거보전명령을 신청했다. 증거보전신청은 소송 전 중요한 증거가 멸실·훼손 위험이 있으면 미리 법원에서 확보할 수 있도록 신청하는 절차다.

환자 가족은 의료진이 낙상 위험을 간과했다고 본다. 김씨는 고령인데다 양쪽 어깨가 골절된 상태였다. 또 마약성 진통제 주사가 낙상 원인이 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가족은 “어머니가 넘어진 직후 머리 통증을 호소해 뇌혈관 검사를 요구했지만 의료진이 이를 거부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난 며칠 후에야 검사를 시행했다”며 “CCTV 열람과 법원의 제출 요구에도 담당자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서도 병원 측 대응에 의문이 남는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응급센터 교수는 “페치딘은 마약 성분이 들어있어 소량만 투여해도 정신이 몽롱해진다”면서 “환자 측의 사고 직후 뇌혈관 검사 요구를 병원이 거부한 것은 쉽게 이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씨 가족은 사고 발생 5주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현실적인 피해보상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한 채, 오는 26일까지 퇴원하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증명을 받았다. 

병원 측은 병원 내 환자 안전 지침상 문제가 없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는 눕거나 앉아서 혹은 선 상태에서 벨트로 고정해 엑스레이 촬영하지만, 해당 환자는 사전 체크 과정에서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서서 찍을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본인도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투여한 페치딘은 소량으로 어지러움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었다”면서 사고 직후 뇌혈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진 판단”이라고 말했다. CCTV 열람과 법원 제출 과정에서 담당자 대응은 업무상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도의적으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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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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