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안양교도소, ‘안전’이 최대 화두로 등장

붕괴 위험 안양교도소, ‘안전’이 최대 화두로 등장

안양시,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 인정하고 실리 찾기로

기사승인 2023-01-26 15:34:12
한동훈 법무부장관(왼쪽)과 최대호 안양시장이 지난해 8월 18일 법무부 청사에서 '안양교도소 이전 및 법무시설 현대화사업' 협약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안양시 제공

법무부와 업무협약, 선출직 최대호 시장으로서는 ‘용단’ 평가도..
총선 앞두고 ‘교도소 완전 이전’ 주장, 대안 없는 정치성 구호라는 비판도..

경기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는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출마자들의 단골 공약이다. 하지만 이 공약이 지켜지리라는 데는 유권자들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컸다.

최근 안양교도소 이전 논란의 불씨가 다시 지펴진 배경에는 지난해 8월 법무부와 안양시가 맺은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이전사업’ 협약식이 발단이 됐다. 교도소 전체 부지 가운데 일부에 구치소를 신축하고, 교도소는 이전하면서 나머지 부지를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민표를 의식한 지역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한층 가열됐다. 재건축이냐 이전이냐를 둘러싼 문구에 대한 해석차이다.

그간 교도소 논란의 최대 화두가 ‘이전’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에 방점이 찍힌다. 붕괴위험 속에 노출된 60년 넘은 교정시설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실정인데다, 법무부와 재건축 관련 소송에서도 모두 패소한 안양시는 이미 퇴로가 막힌 상황이다.

교도소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법무부와의 협약이 최대호 안양시장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민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선출직 시장으로서는 최대한 실리를 얻기 위한 ‘용단’인 셈이다.

교도소 완전 이전을 주장하는 이 지역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성 구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교도소 이전만 20년 넘게 외쳐댈 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안양시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인 교도소 이전을 받아줄 타 지역도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이미 13년 전 재난위험시설 D등급을 받은 교도소를 붕괴위험 속에서 ‘방치’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역표심을 의식한 정치성 구호가 아닌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은 지 60년 된 안양교도소 재건축을 둘러싼 지난했던 과정과 현실에 대해 살펴본다.          

총선 앞두고 표심 자극하는 정치성 구호에 우려의 목소리
현실적 대안 없다면 최대한 실리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난 1963년 세워진 안양교도소(42만㎡ㆍ동안구 호계동)에는 현재 1900여명의 미ㆍ기결수가 수용돼 있다. 국내 교도소와 구치소 전국 53곳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준공 당시에는 안양 외곽이었던 이 지역이 평촌신도시 조성으로 번화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역 신설 예정과 주변 주택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주거지역 중심에 위치하게 되면서 교도소는 지역발전의 걸림돌로 부상했다.

안양ㆍ군포ㆍ의왕 3개시 통합 논의가 한창일 때는 통합시 시청 자리로 교도소 부지가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교도소 이전이 처음 수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 1999년 8월. 당시 안양 주민 6000여명이 서명을 받아 교도소를 안양시 외곽으로 이전해 줄 것을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법무부가 교도소 이전 신축을 위한 양여사업자(교도소를 건립해 기부채납 후 기존 교도소 부지를 양여 받을 사업자) 공모를 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해 11월에는 법무부가 안양시에 용도지역변경 등에 대한 의견조회를 했고, 곧이어 시의회 의견청취와 시민간담회도 열렸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 갈등도 불거졌다. 현 동안구 호계동에 위치한 교도소를 만안구 지역으로 옮기는 내용이 알려지자 만안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이후 이전논란은 유야무야됐다.

2010년 12월, 법무부가 안양시에 교도소 재건축 협의 신청을 하면서 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안양시는 이듬해 지역 균형발전 저해는 물론 미래발전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협의를 거부했다. 이 같은 거부행위는 수차례 이어졌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2012년 2월 위원회는 안양교도소를 현 위치에 재건축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주민체육시설 등 시민편의시설 제공 등을 부대조건으로 달았다.

안양시는 이 역시 거부했고, 이후 법무부와 안양시의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1, 2심에 이어 2014년 대법원에서도 안양시가 최종 패소했다.

그해 말 기획재정부가 ‘교정시설 재배치 및 국유재산 효율화 방안'을 수립하면서 교도소 이전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인근 의왕시 왕곡동 산101번지 일원에 서울구치소ㆍ서울소년분류심사원ㆍ서울소년원과 함께 사법ㆍ법무시설 및 관련공무원 주거단지가 포함된 가칭 ‘경기남부 법무타운’ 조성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의왕시 예비군훈련장을 안양시로 이전하는 조건과 함께 각종 인센티브 내용도 제시됐다. 안양시가 이전 대가로 500억 원을 의왕시에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재부, 법무부, 안양시, 의왕시 등이 이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앞두고 변수가 발생했다. 의왕시 주민들이 ‘법무타운 반대 대책위’를 구성해 거세게 반발했고, 의왕시장 주민소환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교도소 이전은 현 위치에서 재건축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안양교도소

안양교도소 어떻게 바뀌나.. 조만간 밑그림 공개될 예정
법무부와 안양시의 최종 협의 곧 끝나..

경기남부 법무타운 조성사업이 무산된 안양교도소는 이미 2010년 안전진단에서 긴급 보수ㆍ보강이 필요한 재난위험시설 D등급을 받으면서 심각한 노후화 현상을 겪고 있다.

법무부와 안양시는 붕괴 위험에 노출된 교도소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공유했고, 주민 반발을 고려한 최선의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오랜 협의 끝에 지난해 초부터 큰 틀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8월에는 안양교도소는 이전하고 구치기능(구치소) 부분은 축소, 현대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유죄가 확정된 기결수 수용시설인 교도소는 타 지역으로 분산 수용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 시설인 구치소만 현대화해 신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안양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들의 이동거리 제한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구치소는 옮길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됐다. 주민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최대호 시장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판단이 나오는 배경에는 붕괴위험, 소송패소, 이전불가 등 현실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 기인한다.

법무부가 재건축을 요구하면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는데다,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민편의를 위한 최대한의 실리를 얻는 것이 최선이라는 나름의 계산으로 분석된다.

최근 논란은 교도소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법무부와의 협약식 문구 해석 차이에서 나온다. 교도소 이전 및 구치소 신축에 대한 밑그림은 내달 중이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이미 건축허가 소송에서 모두 패소해 법무부가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 교도소 면적의 일부만 활용해 구치소를 신축하고 나머지 부지는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안양시가 작성한 안양교도소 이전 관련 추진 경과 문건에 따르면, 내달 사업계획 및 합의각서(안)가 법무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제출되면 오는 6월 기재부의 타당성검토가 완료될 예정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1월 양여재산 1차 감정평가 및 기부대양여 심의위원회 심의가 열리고, 12월에 기부대양여 사업 합의각서가 체결될 전망이다. 내년 3월 기부시설(구치소 등) 실시설계 및 심의가 열리고 2025년 3월 구치소 건물 공사에 들어간다. 오는 2028년 부지조성공사 준공 및 분양 등 모든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구치소 신축 외 나머지 부지에 대한 세부계획안은 주민의견 청취 등이 이뤄진 뒤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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