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 경쟁이 달아올랐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연일 자신이 ‘친윤’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에 출마할 것을 밝혔다.
박 의원은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초기, 자기 정치에 빠진 소수의 몇 명이 내부총질을 하며 당과 윤석열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의 내부총질은 없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국민의힘은 당을 망친 ‘이준석 지도부 시즌2’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친윤계이자 이전 지도부와 결이 다르다는 것을 확언한 것이다.
앞서 25일에는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위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지도 체제 당시 최고위원이었지만 친윤계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직을 내려놨다.
김 전 위원은 “이 전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런 어려움이 또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친윤계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도 31일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1명만 선출하는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는 ‘윤핵관’ 지지를 앞세우고 있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두각을 나타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최고위원 선거가 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사태’ 이후 선출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하거나 궐위 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당헌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친윤’ 호소가 강해지자 비윤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서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와 관련해 지난 25일 안타깝다고 의견을 전했다. 허 의원은 “한 정치인이 당대표에 출마하려고 하는 그 판마저 고심하게 하는 것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는 것처럼 국민께 보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실의 보좌관 출신이자 이번 전당대회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영호 변호사도 현재 상황을 질책했다.
김 변호사는 친윤을 외치는 장예찬 이사장을 저격하는 내용의 공약을 냈다. 김 변호사는 청년조직의 예산·인사권 독립을 보장하는 당헌·당규 개정 내용의 ‘장예찬 방지법’ 공약을 발표하면서 비윤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는 여당과 정권이 긴밀해야 하는 상황은 맞지만 ‘친윤’ 논쟁을 앞세우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3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나라당 시절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라는 정파 구도가 생겨나며 공천 학살 같은 게 이뤄졌다”며 “이 표현들이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 친윤, 비윤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것은 가치 논쟁을 없애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치의 가장 큰 해악”이라고 꼬집었다.
이 평론가는 “집권 초기에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건 여당의 기본이긴 하다. 친윤을 표방하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며 “정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전당대회에서 어떤 가치 논쟁을 이끌지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보수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퍼포먼스”라며 “세대와 계층을 설득해야 하는 전당대회이기에 그것을 국민에게 느끼게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