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오디션이 절반의 행군을 마쳤다. 먼저 판을 벌린 건 MBN ‘불타는 트롯맨’이나 시청률로는 TV조선 ‘미스터트롯2 -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이 앞선다. 두 프로그램은 방송 전부터 트로트 대전을 예고하며 대결구도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 이후엔 시청률 외에도 영상 클립 조회수를 비교하거나 공연 규모를 키웠다는 식으로 장외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을 모태로 한 만큼 이들은 크게 닮아있다. 다만, 2년 전 방영한 ‘미스터트롯’이 보여준 행보와는 양상이 다르다.
시청률·화제성은 높지만 스타가 없다
‘미스터트롯2’과 ‘불타는 트롯맨’은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다. 20.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미스터트롯2’는 6회 21.8%까지 올랐고, ‘불타는 트롯맨’은 8.3%로 시작해 6회 14.1%를 기록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방송하는 날이면 동 시간대 방영하는 월화·수목드라마 시청률이 타격을 입을 정도다. 화제성도 높다. 화제성 조사 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1월 3주 비드라마 화제성을 분석한 결과, ‘미스터트롯2’는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화려한 성적이 출연자 인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 기간 출연자 화제성 톱 10 순위에는 ‘미스터트롯2’·‘불타는 트롯맨’ 출연자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체 인기 투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출연자는 있어도, 대중적으로는 존재감을 아로새긴 이를 배출하지 못했다. ‘미스터트롯’이 방영 기간 동안 출연자 화제성을 독식한 것과 대비된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측은 “‘미스터트롯’처럼 화제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영향력 있는 출연자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 시기 방영, 득 보다 실로… 장르 침체 우려도
일각에서는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동시에 방영하며 시청자 관심이 분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프로그램은 구성과 진행 방식이 동일하다. 예선과 데스매치, 본선 등 기본 얼개부터 참가자를 소개하고 VCR을 보여준 뒤 무대, 마스터 심사를 거치는 과정이 대동소이하게 펼쳐진다. 시청자로선 매주 비슷한 새 무대를 대거 접하는 셈이다. 실시간 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미스터트롯2’과 ‘불타는 트롯맨’ 출연자를 혼동하는 시청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는 “트로트 오디션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가 이미 많았다”면서 “장르 관심도가 이전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두 프로그램이 매주 방영되는 게 독이 됐다. 공정성 시비 역시 프로그램에 몰입감을 떨어뜨려 이전 만큼 충성도 있는 시청자를 모으지 못했다”고 짚었다.
신선하지 않은 점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두 프로그램은 참가자 모집 기간과 방송 일정이 모두 겹쳤다. 비슷한 기간 동안 참가자 100명가량을 각각 모으다 보니 ‘미스터트롯’ 출신 도전자부터 타 오디션 우승자, 기성 가수 등 익숙한 얼굴들이 대거 참여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트로트 오디션은 신인이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실력자가 너무 많아 참가자들의 존재감이 도리어 묻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팬덤이 프로그램 외부에서 형성된 것 역시 문제다. 기성가수 팬덤의 응원전이 과열되며 프로그램 자체 팬덤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 평론가는 “새로운 트로트 가수를 발굴하겠다는 기존 의도와 달리 쇼 비즈니스로 전락한 상황”이라면서 “두 프로그램의 과도한 경쟁에 피로감이 커지면 트로트 장르가 다시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