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큐 카드(대본)를 읽으니까 어색하죠?” 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눈빛이 분주하다. 머쓱한 미소와 능청스러운 표정을 오가는 진행에서는 신선함이 폴폴 풍긴다. 대본에 없는 질문을 불쑥 물어보는 모습은 다소 엉뚱하다. 가수 박재범이 새로운 MC로 나선 KBS2 새 심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가 5일 첫 방송을 마쳤다.
‘더 시즌즈’는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계보를 잇는 새 콘텐츠다. 네 명의 MC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각 시즌을 책임진다. 첫 주자는 박재범이다. 지난달 17일 제작발표회에서 공동 연출을 맡은 박석형·이창수 PD는 “기획 단계부터 편견을 깨는 것을 골자로 해 박재범을 섭외했다”면서 “편견을 깨고 시대에 맞는 진행 방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자리한 박재범 역시 “딱딱한 진행보다 궁금한 것들을 즉흥적으로 물어보며 진행했다”고 말했다.
첫 방송은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과거 잔잔한 분위기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과는 판이했다. 대본을 그대로 보고 읽거나 발음이 꼬이는 등 어설픈 모습을 보였으나, 그 또한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로 작용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담 역시 돋보였다.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이찬혁에게 “무대에서 머리를 밀고 돌발 등장하는 이유가 뭐냐”며 돌직구를 가하고, 양희은의 등장에 쩔쩔매다가도 “이쯤 되면 타투(문신)가 방송에 나와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모습이 색다른 재미를 줬다. 박재범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다. 게스트를 MC 자리에 앉히고 본인은 보조 진행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가 가진 특유의 여유로움과 넉살은 첫 회부터 프로그램의 중심축을 이뤘다.
세대를 아우르는 노력도 눈에 띄었다. MZ세대에 익숙한 이영지, 크러쉬, 바밍타이거, 이찬혁과 더불어 양희은이 출연해 다양한 장르 음악을 다뤘다. 서로 노래를 바꿔 부르는 크러쉬와 박재범의 무대와 ‘좋아’(원곡 박재범)를 가창하는 양희은의 모습은 새로웠다. 멜로망스 정동환을 주축으로 꾸린 밴드 정마에와 쿵치타치는 KBS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었다. 이들이 적재적소에 라이브 연주를 가미하면 박재범이 무대와 MC 역할을 오가며 자유로운 진행을 선보였다. 정적인 분위기와 생동감이 어우러지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을 완성했다.
시청자들은 대체로 호평을 남겼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유튜브 방송 클립 댓글란에 “처음부터 끝까지 시끄럽고 재밌다”, “밴드 음향이 좋아졌다”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재범의 SNS에도 “자유롭고 재치있는 진행 덕에 방송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sso2******), “기존 방송이 다소 정적인 것과 달리 박재범 특유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녹았다”(dodo***********), “뻔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어서 좋았다”(lyno***) 등 여러 시청평이 나왔다.
‘더 시즌즈’는 ‘박재범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나머지 3개 시즌을 이어갈 예정이다. 좋은 음악을 젊은 색깔로 담아내는 게 목표다. 제작진은 “다양한 음악을 포괄하기 위해 네 명의 MC로 각각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라면서 “보편성이 아닌 개별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발칙하고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