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안 된 ‘무방비 대피시설’…韓도 지진 안전 사각지대[튀르키예 대지진]

내진설계 안 된 ‘무방비 대피시설’…韓도 지진 안전 사각지대[튀르키예 대지진]

2.0 이상 지진 연평균 70회 발생
10곳 중 1곳만 내진설계
서울시 단독주택 내진설계율 고작 6.7%

기사승인 2023-02-07 14:39:39
지난해 10월29일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29일 충북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한 주택 담벼락이 갈라졌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연합뉴스

튀르키예 강진으로 최소 3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 전 세계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국내 내진설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에도 매년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건축물의 비중은 1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7일 지진안전포털에 따르면 1월 한 달에만 전국에서 6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밤중 긴급재난문자가 수도권을 깨웠던 지난달 9일 인천 강화도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3.7 지진은 이달 들어 가장 강한 지진이었다. 4년 만에 수도권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기도 했다.

기상청의 ‘2021 지진연보’에 따르면 2020~2021년 2.0 이상 지진은 연평균 70.6회 발생했다. 2021년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총 70회 중 규모 2.0~2.9는 65회, 규모 3.0~3.9는 3회, 규모 4.0~4.9는 2회 발생했다. 

하지만 지진 대비를 위한 국내 건축물 내진설계 반영률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건축물 내진율은 15.3%로 저조한 상황이다. 전국의 공공건축물 내진율도 21.2%에 불과했다. 

국내에 내진설계 의무화가 이뤄진 1988년 이전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은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내진설계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1기 신도시들도 구조 안전성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대지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튀르키예 역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오래된 건물이 많았다는 점이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두고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엇갈린다. 리모델링으로 내진설계를 보강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내력벽(건축물 무게를 견디도록 설계된 벽) 철거 등으로 인한 붕괴 위험성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같은 이유로 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는 7년째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울러 단독주택 등 민간건축물과 다중이용시설인 학교 건물 등도 여전히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생활인구 1000만명대인 서울의 경우 1월 기준 전체 건축물 대비 주거용 주택 내진설계율은 19.1%에 불과하다. 단독주택 중 내진설계율은 6.7%로 공동주택 내진율이 45.3%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저조하다. 

학교 등이 포함된 교육연구시설은 전체 건축물 대비 30.5%만이 내진설계가 이뤄졌다.

조성일 르네방재연구소장(전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쿠키뉴스를 통해 “아파트와 공공건물들도 (부실한 내진설계가) 문제지만 아이들이 있는 학교 시설도 큰 문제다”라며 “특히 학교의 경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이동하는 대피시설이기도 한데 대피공간 자체에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지진 피해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동일본대지진, 튀르키예 강진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을 때는 투자를 늘리는 것 같다가 (관심이) 금세 식어 잊혀진다”며 “(지진이) 해외와 비교해 우리에게 자주 발생하는 게 아니다보니 이슈들에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내진 보강을 하다 말아 버리는 형태가 반복되는데 아쉬움이 있다”도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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