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다 갑작스레 무대 뒤편으로 퇴장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다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 연일 빚어졌기 때문이다.
신 변호사는 당초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꼽히던 인사다. 19대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친윤 계열에 합류했다. 윤 대통령과는 대학과 사법연수원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신 변호사는 현 정부 출범을 전후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권을 겨냥한 다양한 훈수를 두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특히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아 최대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 저격의 선봉에 섰다.
대통령의 멘토란 수식어에 유력당권주자 후원회장까지 맡은 위치에서 나온 발언들에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한 후 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내용이다. 5일에는 정계 개편 상황이 오면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역량을 발휘할 거란 의견을 냈다. 이러한 발언은 7일까지 이어졌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당권·최고위원 주자들은 앞다퉈 비판에 나섰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지난 5일 “신 변호사 같은 인물이 윤 대통령을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는 “당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인지 대통령실이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저는 국민통합위원장의 직에만 충실할 뿐,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변호사 행보에 대한 정치권 밖 해석은 갈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탈당해서 당을 만든 경우는 열린우리당 사례 말고는 없다”면서 “자꾸 대통령을 선거판에 끌어들이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걸 신 변호사가 모르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그럼에도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으로서 ‘대통령 탈당’을 반복해서 외친다는 것.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대통령이 신 변호사의 발언을 방관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장 교수는 쿠키뉴스에 “신 변호사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유감 표명이나 경고를 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간접적으로)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로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만약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신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되기를 바라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이상 후원회장으로서의 제 역할도 끝난 것 같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7일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