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에스엠 내부 경영권 갈등이 격화될수록 주가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기업 경영권 분쟁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공시를 통해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352만3420주)를 주당 12만원 꼴인 4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향후 최대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에스엠의 전날 종가보다 약 18%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도 주당 12만원에 주식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이번 인수로 에스엠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하이브 측은 “이번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시는 곧바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10일 10시 30분 기준 에스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30% 오르면서 11만선을 돌파했다. 하이브의 주가도 전일 대비 7.16% 오른 21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에스엠 경영진들은 하이브의 이번 인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날 에스엠 공동대표이사 및 경영진(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의 공식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자사의 전략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에스엠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결의했다. 카카오는 이번 지분 인수로 에스엠의 2대 주주(9.05%가 됐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주가 상승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에스엠 지분 1%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얼라인)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브의 (에스엠) 공개매수 가격은 턱 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얼라인은 “공개매수 가격 12만원은 ‘SM 3.0 멀티 프로듀싱’ 전략 실행시 기대되는 매출 및 영업이익 상승여력 그리고 비핵심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하면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공개매수 가격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른 사례는 많았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해당 주식을 조금이라도 대주주가 더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경영권 다툼을 하는 이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대표적으로 현대그룹·KCC 간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폭등했던 적이 있다. 2003년 8월 4일 정몽헌 회장 사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외국인 지분율이 8월 17일 10%를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미국계 사모펀드인 GMO 이머징마켓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 전체 지분의 5.16%에 달하는 주식 28만9350주를 매입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 우려가 불거졌다. 이에 범 현대가 9곳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범현대가 가운데 하나인 KCC가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하게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이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서 지분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는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또한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현재 주가는 18만7300원(2월 9일 종가기준)으로 한달 새 약 53.77% 상승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