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때우기 힘들다는 MZ 세대..."햄버거 값 또 올라"

한끼 때우기 힘들다는 MZ 세대..."햄버거 값 또 올라"

맥도날드·롯데리아·KFC·노브랜드버거 등 줄인상

기사승인 2023-02-11 06:00:01
사진=안세진 기자

“다음 주부터 빅맥 가격 오른다고요?”

10일 어느 때처럼 맥도날드를 방문한 학생들은 기자의 햄버거 가격 인상에 대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 이날 학생 A씨(남, 18)는 “물가가 비싸진다는 얘기는 부모님이나 뉴스를 통해 하도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햄버거 가격이 한 차례 올랐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또 오른다니 큰일이다. 용돈은 오르지 않았다”라고 놀랐다.

햄버거는 청소년들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외식업 주요 동향 및 특징'에 따르면 2019년 청소년의 평균 음식점 비용은 3만119원이었는데 2022년 3만3234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은 10만1756원에서 10만1531원으로 줄었다. 청소년 외식의 28.6%는 햄버거·피자·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이뤄진다. 

가맹점 수가 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피자·햄버거 전문점은 2020년도 1만4072에서 2021년도 1만5742개로 1670개(11.9%) 매장이 늘었다. 고물가 시기 비교적 저렴한 햄버거가 청소년 점심·저녁 식사대용으로 떠오르면서 매장 수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학교 앞 분식점에서 간식을 먹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하지만 햄버거는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저렴한 음식이 아니게 됐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노브랜드버거, 쉑쉑버거 등 모든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격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서다.

우선 한국맥도날드는 오는 16일부터 대표 메뉴인 빅맥을 포함한 ‘맥스파이시 상하이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인상한다. 빅맥은 단품 기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300원(6.1%) 오른다. 아울러 탄산음료와 커피는 최대 300원까지 인상된다. 맥도날드의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KFC는 지난 7일부터 버거·치킨 메뉴 등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100~200원 인상했다. KFC가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7개월 만이다. 징거버거 가격은 5300원에서 5500원으로 약 3.7%, 오리지널 치킨 가격은 한 조각에 2900원에서 3000원으로 약 3.4% 인상됐다. 롯데리아눈 2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5.1% 인상했다. 제품별 인상폭은 평균 200원~400원이다.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는 단품 기준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른다. 세트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조정했다.

신세계푸드는 15일부터 노브랜드 버거에서 판매하는 전체 메뉴 31종 중 23종 가격을 평균 4.8% 올린다. 대표 메뉴인 ‘NBB 오리지널 세트’의 가격은 5200원에서 5400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8월 평균 5.5% 인상 이후 6개월 만이다. SPC가 운영하는 쉑쉑버거도 가격을 올렸다. 쉑쉑버거는 지난달 25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상은 버거류 10종이며, 인상률은 평균 5.2%다. 대표 단품 메뉴인 쉑버거 가격은 기존 7300원에서 7700원(5.5%)으로 뛰었다.

사진=안세진 기자

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 가맹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번 가격 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햄버거업계 관계자는 “물가와 매장 운영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기업과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져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연례행사처럼 햄버거 가격이 오르는데 불만을 드러낸다. 일각에선 소비자들에게 물가 인상 등에 관한 비용을 전가하는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B씨(남, 18)는 “요즘 친구들과 만나서 1만원으로 한 끼 때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그나마 가성비가 좋다고 여겨서 주로 햄버거를 먹는다”고 말했다. A씨는 “청소년들을 위한 햄버거 세트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짧은 주기로 가격 인상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소비 감소로 이어져 업계에게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격인상은 1년에 한 번씩 이뤄졌다. 물가상승분을 포함 향후 인상폭을 예상해 연초 혹은 연말에 단행됐다”면서 “최근에는 반년에 한 번씩 이뤄지고 있는데 소비자들 입장에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가 어렵고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햄버거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1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게 외식이기 때문에 구매 빈도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며 “지난해 가격 인상을 감내했던 소비자들도 이젠 과한 가격 인상에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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