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 떨어졌다던데”...요지부동 한우값에 소비자들 ‘한숨’

“도매가 떨어졌다던데”...요지부동 한우값에 소비자들 ‘한숨’

기사승인 2023-02-14 06:00:11
사진=안세진 기자

#시장에 장을 보러 온 가정주부 김모(여, 39)씨는 한우를 사려다가 이내 내려놓고 보다 저렴한 육우를 집어 들었다. 최근 난방비를 비롯해 모든 물가가 치솟으면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한우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한 번 사보려 왔는데 여전히 비싼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체감을 잘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정부는 농가를 살리기 위해 소비 촉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떨어진 한우 가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우 가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추가 책정돼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한우 사육마릿수는 357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가정수요 증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한우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2년 간 농가에서 사육마릿수를 늘린 결과다. 지난 2015년 276만9000마리던 한우는 지난해(352만8000마리)까지 7년 연속 늘었다. 

사육마릿수 증가와 비례해 도축마릿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도축된 한우는 86만9000마리로, 전년대비 9.4% 증가했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한우 도매값은 내리막을 보였다. 2021년 1㎏당(한우 거세) 평균 2만2667원이던 도매가격은 지난해에는 2만980까지 떨어졌다. 특히 10월 중순 이후에는 공급 증가 상황이 심해지면서 전년 대비 16%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반대로 사료값은 2년 전보다 50% 가량 올랐다. 사료값은 농가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배합사료 1㎏당 가격은 2020년 12월 412원에서 △2021년 462원 △2022년 613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대대적 소비 촉진으로 한우 산업 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 농협을 중심으로 연중 20% 정상가 인하로 판매하고 비수기에는 대형마트 동참을 유도해 추가 할인을 한다. 중소농 경영안정지원, 중장기 수급안정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또 지난해 약 44t에 불과했던 한우 수출물량을 올해 200t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 수출국이었던 홍콩시장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 대책안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대형마트나 정육점에서 판매되는 한우값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가정주부 김모(여, 39)씨는 “지난해부터 한우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막상 마트나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오면 체감을 못하겠다”며 “정부는 한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 촉진 일환으로 할인 혜택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소비자는 정작 혜택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상황이 이러하자 육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육우란 국내법상 한우고기와 젖소고기를 제외한 모든 쇠고기를 의미하지만, 주로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된 수소로 일컬어진다. 육우를 판매하는 정육점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남, 33)는 “한우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먹기엔 여전히 비싸다”며 “육우도 국내산이면서 충분히 맛있고 무엇보다 값이 저렴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 우선 대대적인 소비 촉진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농협과 한우자조금의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는 것이 전부다. 일각에서는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소매가격 연동제란 도매가격이 떨어지면 소비자가격도 내리고, 반대로 도매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격도 올리는 방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한우 농가 살리기 정책에는 대략적인 방안만 제시됐고 구체적인 투입 비용 등은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최근 난방비 등 고물가로 인한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통 단계에서 붙는 수수료 거품이 빠지지 않다보니 산지에서 도매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한우값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도축과 경매, 가공, 도소매 등을 포함해 여러 단계의 유통구조를 거치다보니 이 과정에서 소비자 판매 가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동제 도입은 이를 상황에 맞게 가격 조정이 이뤄져서 보다 기민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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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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