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해보이던 현대건설이 이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현대건설은 1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도로공사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1대 3(25-21 21-25 20-25 20-25)으로 패배하며 시즌 첫 3연패에 빠졌다. 2위 흥국생명(승점 60점)과 격차도 여전히 1점차로, 흥국생명이 다음 경기에서 승리 시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막강한 전력을 뽐냈다. 시즌 캐치프레이즈인 ‘상승기류(上昇氣流)’대로 개막 15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이들을 견제할만한 팀이 보이지 않았다. 김연경이 합류한 흥국생명도 시즌 초반에는 현대건설과 격차가 꽤 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현대건설의 상승기류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의 부상이 시작이었다. 야스민은 지난해 12월 중순 페퍼저축은행과 경기 이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스타전 이후 5라운드 일정에 맞춰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부상 회복 속도가 더디면서 결장 기간이 길어졌다.
그래도 야스민의 공백은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헤쳐나갔다. 특히 베테랑 황연주가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끌었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없는 경기에서 7승 4패로 분전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이 정도로 버텨줄지 몰랐다”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더 큰 악재가 발생했다. 지난 7일 흥국생명과 맞대결에선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김연견은 부상 전까지 디그 1위(세트 당 5.778개), 수비 4위(7.626개)를 기록한 리그 정상급 리베로다.
김연견은 2세트 도중 김연경의 공을 디그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접지른 뒤 쓰러졌다. 2세트가 종료된 이후 한 동안 일어나지 못한 김연견은 결국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고 웜업존으로 빠져나왔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현대건설 구단에 따르면 김연견은 최소 2주 간 발목 고정이 필요하며 이후 발목 상태를 보고 추가 조치할 예정이다. 인대 부분 파열이기에 시즌 도중 복귀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김연견이 빠진 이후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더니, 도로공사에게도 덜미를 잡혔다. 이날 전위와 후위의 빈공간을 계속 공략 당했고, 범실도 리그 최다인 28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강 감독은 도로공사전이 끝나고 “첫 세트를 잘 풀어갔는데, 여러 선수가 들어가면서 팀 컬러와 조직적인 부분이 무너졌다. 상대 보다 배구를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설상가상 남은 주축 선수들마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주장인 황민경은 허리 통증으로 페퍼저축은행전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강 감독은 오는 17일 인삼공사전에도 출전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도 무릎 통증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소화하기 어렵다.
야스민을 대신해 합류한 몬타뇨도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데뷔전인 페퍼저축은행에서는 13점을, 도로공사를 상대로는 20점을 올렸지만 2경기 모두 공격 성공률이 30%대에 그쳤다.
현대건설은 오는 17일 인삼공사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도 승점을 얻지 못할 경우 선두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원=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