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납치, 협박, 살인…. 온갖 강력범죄가 난무하고 술수와 배신이 판을 치지만 어째 이야기에 속도가 안 붙는다. 15일 새로 닻을 올리는 디즈니+ ‘카지노’ 시리즈 얘기다. 배우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JTBC ‘나의 해방일지’로 주가를 높인 배우 손석구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즌2 초반까진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 거물 차무식(최민식)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 시즌1은 서태석(허성태)이 차무식에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으로 지난달 25일 막을 내렸다. 14일 서울 용산 CGV에서 미리 본 시즌2 1·2회에선 별다른 반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차무식은 죽을 고비를 번번이 넘기며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시즌1은 차무식을 향한 호기심으로 시청자를 빨아들였다. 느물대는 모습이 징그러워도, 차무식의 기세와 ‘깡’은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시즌2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차무식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감정이나 욕망이 아닌 우연과 요행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이 짙다. 차무식이 왜 서태석에게 살 기회를 줬는지, 부산에서 파견된 조직폭력배들은 왜 그리 쉽게 무너지는지, 중국 삼합회 조직원은 왜 서태석이 아닌 차무식을 향했는지 자꾸 물음표가 뜬다.
가장 곤란한 이는 손석구가 연기하는 오승훈이다. 1대 코리안데스크(외국에서 일어나는 한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 부서)로 필리핀에 파견됐지만, 사법권이 없어 깍두기 같은 신세다. 현지 경찰들에게 은근하게 소외되고 교민들에게도 의심을 사면서 사실상 무력한 상태가 됐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바락바락 화는 내는데, 무얼 하려는 건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카지노’ 측은 “시즌1에서 평화로웠던 오승훈과 차무식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치열한 대립 구도가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시즌2 3화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굵직한 사건이 시작될 기미가 보인다. 시즌1 첫 장면에서 차무식은 민석준(김홍파) 회장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다. 3화부터는 이와 관련한 사건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시즌1에서 ‘빅 보스’로 거론된 다니엘, 한식당 사장 진영희(김주령)의 애인이자 관료와도 친분이 두터운 필리핀 마피아 등 새 인물이 등장한다.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차무식과 부하 이상구(홍기준)의 사이에 불신이 싹틀 기미도 보인다.
극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강윤성 감독은 지난달 기자와 만나 “시즌1은 인물을 소개하고 카지노를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시즌2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라며 “오늘만 사는 듯한 차무식, 스스로 채찍질하며 성장하는 오승훈을 중심으로 양정팔(이동휘)과 이상구가 주도해 이야기를 끌고 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작품은 15일 1~3화를 동시 공개하고, 5~8화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한 편씩 베일을 벗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