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출신 문학인 故 김대규 시인을 기리기 위한 ‘김대규 문학관’ 건립사업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안양시가 애초 지역문학관을 설립한다고 해놓고 시민 공감대 확보도 없이 개인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시민을 기망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양여성의전화ㆍ안양YMCAㆍ안양YWCAㆍ안양나눔여성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4일 논평을 내고 “안양시가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대규 문학관’을 당초 약속대로 지역 문학관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안양에서 뿌리내리고자 했던 수많은 청년활동가와 청년문화예술인들이 10년 넘게 활동해도 시의 지원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며 결국 안양을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안양시는 무엇을 위해 개인 이름을 딴 문학관을 지어 영구히 남기려 하는지 그 진위를 묻고 싶다”고 시를 성토했다.
이어 “안양시가 내세운 단 한 명의 문학인이 과연 안양시민 모두의 문화예술을 대변할 수 있는지, 시민의 의견을 들었는지, 고인의 삶과 문학이 안양인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안양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등에 대한 시민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 시민을 위한 문학관 또는 문화공간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대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현재 전국에 세워진 문학관 현황을 제시하며 “적어도 개인 이름을 딴 문학관을 건립한다면 세금을 낸 시민들이 스스로 추동해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학관 설립이 특정 단체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양시는 명백히 입증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충분한 숙의와 함께 공정한 연구용역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한 뒤 ‘김대규 문학관’ 설립을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문학관 설립은 건립비용뿐 아니라 매년 관리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된다”며 “문학관을 설립하면 그에 걸맞은 문화예술사업이 지속돼야 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의 문학적 토양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문학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대규 시인은 안양 출신으로 연세대 국문과와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0년 시집 ‘영의 유형’으로 등단했고 수많은 작품을 냈다. 안양여고 교사와 연세대 강사, 한국문인협회 안양시지부장과 경기도지회장을 맡아 활동했고 지난 2018년 4월 작고했다.
안양시는 2021년 1월 만안구 안양3동 삼덕도서관 옆에 연면적 845㎡의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김대규 문학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49억여 원이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