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 마디에 부산 이전?” 들끓는 산업은행

“尹대통령 한 마디에 부산 이전?” 들끓는 산업은행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尹대통령 대선 공약
산은법 ‘본점 서울특별시에 둔다’ 명시…법 개정 아직
노조 “타당성 검토無…균형발전 위해서라면 금융위 먼저 가라”
가처분 신청·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번져

기사승인 2023-02-16 16:50:42
KDB산업은행.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노사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법정 공방까지도 번졌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금융위원회가 산은 본점 이전에 대한 사회·경제 타당성을 따지지도 않은 채 정권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규탄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16일 오전 11시 금융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 추진 규탄 기자회견 및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금융노조 산은지부 회원 15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금융위는 오직 정치 논리에만 사로잡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1항을 무시한 채 부산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한국산업은행 임원 임명·예산 승인·감독 권한을 갖는다. 

산은 노조는 이날 금융위에 본점 부산 이전이 국가 금융경쟁력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등 질문을 담은 공식 질의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부터 본점 로비, 국민의힘 당사, 정부서울청사 등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는 16일 오전 11시 금융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산업은행 이전 추진 규탄 기자회견 및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정진용 기자

尹대통령 대선 공약…발맞추는 금융위·국가발전균형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 대선 공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거운동 때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거듭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설득해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고 산업은행을 여의도에서 부산으로 옮기겠다”면서 “부산을 세계적 해양도시, 무역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부처들도 대통령실에 발맞춰 산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주요업무추진계획’ 중 하나로 산은 부산 이전을 명시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산은 부산 이전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유사 공공기관 이전 원칙 방법을 조성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산은은 지난달 19일 45명의 본점 직원을 부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발령을 냈다. 지난해 11월29일 이사회에서 지역성장부문을 확대하고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하는 직제규정 개편도 단행했다. 같은날 강석훈 산은 회장은 해당 부서 소재지를 부산으로 정하는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을 결재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추진 규탄 기자회견 및 이전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노조 “법개정도 안됐는데…금융위는 왜 서울 남아있나”

노조는 국회 동의를 얻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함에도 금융위가 위법, 졸속으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산은은 여의도에서 기업대출, PF대출, 채권발행, 구조조정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국제금융중심지 서울을 포기하는 것은 ‘자해행위’와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금융위는 국내 최고 ‘금융 정책 컨트롤 타워’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고 있다”면서 “정권 꼭두각시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말 금융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는 왜 서울에 잔류하고 있나”라며 “본인들은 금융산업 집적효과와 신속한 금융 상황 대응 필요성을 주장하며 서울에 존립하면서 한국산업은행은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자기모순이자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산업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중 동남권 지역에 가장 많은 점포 8개를 운영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개최된 ‘부산혁신포럼’에 참석해 “동남권 영업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부울경 소재 산은 조직 규모를 기존 153명에서 257명으로 확대했다”고 발언했다. 산은 노조는 은행업감독규정 ‘은행은 여신을 운용함에 있어서 지역간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 위배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정부 과거 행보와도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균형발전위는 지난 2005년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사유로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 기관에서 제외한 바 있다.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

가처분신청·감사원 감사 청구도…법 개정도 ‘난관’

노조는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노조는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에 부산 발령난 직원들의 전보 발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아울러 감사원에 본점 부산 이전이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국회 동의를 얻은 산은법 개정도 어려워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부산 이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주자인 김기현 후보까지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1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PK) 합동연설회에서 “대신 부산으로 헤드쿼터를 이전하는 글로벌 금융기업에 10년 이상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 파격 인센티브를 주자”고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가처분신청은 내달 초에 심문 기일이 잡혔다. 감사원 감사 실시 여부도 비슷한 시기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의힘 당사, 금융위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토론회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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