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은 전 세계 유수 기업이 기술력을 뽐내는 자리이자 네트워크를 쌓는 장(場)이다. 국가와 인종을 넘나드는 활발한 기술 교류가 현장에서 이뤄진다. 국내 이동통신사(SKT·KT·LG유플러스) 3사 모두 현장에 있다. 그러나 희비는 엇갈렸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돌연 ‘외풍’ 논란 속에 있고, LG유플러스는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들뜬 여론을 잠재우느라 바쁘다. SKT는 국내 현안에선 자유로운 상태다.
이렇다보니 MWC를 대하는 CEO 행보도 다르다. 유영상 SKT 사장은 행사와 전시로 개막 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유 사장은 27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Hall 3에 마련된 부스를 둘러봤다. 전날 ‘AI 컴퍼니’ 비전 소개 행사에 이은 이틀 연속 강행군이다. 유 사장은 최 회장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모형에 탑승, VR 체험을 하기도 했다. SKT에 따르면 유 사장은 체류 기간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할 예정이다.
구현모 KT 사장에게 MWC 출장은 내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임 의사를 접고 물러나기로 작정한 와중에 잡힌 일정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지난달 23일 KT 이사회에 차기 CEO 후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KT가 또다시 ‘외풍’에 시달리게 됐다는 염려가 돈다. 차기 대표직을 두고 34명이 경쟁하는데 이중엔 전직 여당의원, 장관도 포함돼있다. 구 사장은 이날 자사 부스를 돌고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가 대세가 된 것 같다”며 “디지코를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달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 사장은 ‘디지코(DIGICO)’ 사업을 이끈 소회에 관해선 답하지 않았다.
SKT와 KT대표가 해외 파트너들을 챙기는 동안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한국에 남아 고객정보유출 사고와 인터넷서비스 장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보안사고로 무너진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LG유플러스는 CEO 부재로 현장에 부스도 만들지 않았다. 비즈니스 미팅을 위한 회의 공간만 3개 마련했다. 황 사장을 대신해 김대희 네트워크인프라기술그룹장(상무)와 CTO⋅CSO⋅인피니스타 등 사업부 실무 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MWC 기간 해외사업자와 협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는 아울러 글로벌 ICT트랜드를 살피고 미래 먹거리를 점검할 계획이다.
바르셀로나=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