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 전 비서실장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 총리가 삼일절 기념사를 하는 것 같았다”고 질타했다.
“박한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말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의문)”라며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것은 좋지만 일본의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 배·보상이 이뤄져야 가는 거다”고 강조했다.
박 전 비서실장은 “일부 외교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총리의 초청을 받기 위해 한일관계를 급히 굴욕적으로 개선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일본을 지적하지 않았던 이유를 추측했다.
그러면서 “일본 문제는 엄연히 피해자들이 (사과를) 요구하는데 역사관을 버리고 어떻게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는 박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 연설문이 여러 번 수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초안을 내고) 외교안보실장실에서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작성되더라도 삼일절 기념사는 늘 일본에 역사적 정리를 하라는 것과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것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초안에는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침략자”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국군주의”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비서실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총리라고 생각한다”며 “검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국가 폭력이나 제국주의 폭력 아니냐. 여기에 굉장히 둔감한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기본적으로 강자 편에 서는 논리를 갖고 있어서 이러는 것 아닌가 한다”며 “저는 독립지사의 아들이지만 한일관계를 개선해 미래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사실상 특사로 (일본에) 가서 (일본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게 미래로 가는 길이지(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거 다 덮고 강제징용자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얼마나 자존심도 깨지고 굴욕스럽나”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제104주년 삼일절을 맞이해 지난 1일 오전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며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사의 변화를 제대로 준비해 과거의 불행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의 비판은 거셌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글자 수는 1022자”라며 “내용을 보면 더 한심하다. 이게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념사인가 싶다”고 힐난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