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절벽에서도 봄배구를 향한 KB손해보험의 간절함은 변하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은 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OK금융그룹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19-25 22-25 25-23 25-16 16-14)로 승리했다. 승점 37점이 된 KB손해보험은 6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봄배구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만일 승점을 얻지 못했다면 봄배구 진출 가능성이 사라질 뻔한 KB손해보험이다.
3위 그룹인 한국전력과 우리카드가 승점 47점을 기록 중이다. KB손해보험이 남은 경기에서 4위와 격차가 12점차 이상 벌어지면 봄배구 진출 확률은 없어지게 된다. 하필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이 4일에 맞붙는 상황인지라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앞선 두 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다. 상대의 공격을 전혀 막질 못했다. 레오에게 2세트까지 서브 에이스를 5개나 허용했다. 2세트까지 리시브 효율이 17%에 그쳤다.
공격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비예나만 2세트까지 17점을 올렸을 뿐, 5점 이상 올린 국내 선수가 단 1명도 없었다. 리시브 자체가 흔들리니 공격이 아예 제대로 전개가 되지 않았다. 사실상 게임이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KB손해보험은 의기투합해 경기에 나섰다.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이를 더 악물고 몸을 날렸다. 운이 따르지 않아도 다시 파이팅을 외치면서 공에 더 집중했다.
선수들의 간절함이 결국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KB손해보험은 끌려가던 상황을 뒤집고 3세트에 역전에 성공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비예나가 해결사로 나섰다. 15-19 상황에서 나머지 10점 중 5점을 혼자 책임지면서 역전승을 끌어냈다. 문제가 됐던 리시브가 3세트에는 45%를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세트에 반전의 실마리를 찾은 KB손해보험은 4세트와 5세트도 내리 따내면서 결국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비예나가 건재한 활약을 펼친 가운데, 황경민이 마지막 2세트에서 9점을 올리면서 공격에 힘을 실어준 게 결정적이었다. 좀처럼 막지 못했던 OK금융그룹의 서브도 단 1개로 줄인 것도 승리의 요인이었다.
경기 후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선수들에게 3세트에 ‘게임을 내줄 수 있어도 자존심은 지키자’고 말했다. 선수들이 자극을 받은 듯하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봄배구 진출에) 가망이 없는 건 아니다. 0.01%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끝까지 도전할 거다. 남은 4경기에서 분명히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라면서 “그래도 프로라면 끝까지 열심히 다하는 게 의무다. 혹여 지더라도 끝까지 잘 싸웠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날 42점을 올리며 수훈 선수로 선정된 비예나도 “현재로서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 다른 팀들에게서 이상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상위 팀들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 역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코트에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팀을 이끌어나갈 생각이다”라고 불을 지폈다.
안산=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