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한국 관객, 부부 같아…결국 돌아오니까”

“‘오페라의 유령’·한국 관객, 부부 같아…결국 돌아오니까”

기사승인 2023-03-06 16:59:58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실황. 에스앤코

“13년 전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의 관계가 ‘러브 어페어’(Love affair·연애)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이젠 이렇게 말해야겠네요. ‘오페라의 유령’과 한국 관객은 부부라고요. 관객들은 때로 (‘오페라의 유령’이 아닌) 다른 뮤지컬을 사랑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엔 ‘오페라의 유령’으로 돌아오잖아요.”

미국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3년 만에 한국어로 공연된다. 오는 30일 부산에서 막을 올린 뒤 7월 서울로 발걸음을 옮긴다.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만난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은 “한국처럼 ‘오페라의 유령’이 자주 공연된 지역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을 지배하는 미지의 존재 팬텀(유령)과 무명의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의 사랑 이야기.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쓴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공연되며 1억4500만 관객을 만난 고전 명작이다.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등 작품 속 명곡을 작곡했고, 해롤드 프린스가 연출했다. 한국어 공연은 2001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왼쪽부터) 신동원 에스앤코 프로듀서,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 데니 베리 협력안무. 에스앤코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이후 3년여 만에 한국 땅을 밟은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은 “‘오페라의 유령’은 음악·연출·안무·의상·세트 등이 합쳐진 걸작”이라고 평했다. “국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관객 자신도 모르던 감정을 일깨워주죠.” 데니 베리 협력안무도 “‘오페라의 유령’은 시간을 초월하는 작품”이라며 “누구나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또 그 마음을 거절당할까 두려워하곤 한다. 그런 깊은 감정을 다룬 작품이기에 오랜 기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것 같다”고 짚었다.

초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배우 조승우, 최재림, 전동석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과 유럽에서 활동해온 성악가 김주택이 팬텀이 돼 유령 가면을 쓴다. 크리스틴은 소프라노를 전공한 신인 배우 손지수와 송은혜가 번갈아 연기한다. 크리스틴의 첫사랑이자 팬텀과 대립하는 라울 역에는 배우 송원근과 황건하가 발탁됐다. 제작사 에스앤코의 신동원 프로듀서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조연 배우들도 주목해달라”고 귀띔했다. 극장 매니저 무슈 앙드레를 맡은 배우 윤영석이 그 예다. 2001년과 2009년 한국어 공연 당시 팬텀으로 무대에 올랐다. 마담 지리 역의 김아선은 2001년 공연 때 같은 역 커버(대역배우)를 맡았다.

‘오페라의 유령’ 캐스팅. 에스앤코

프리드 협력연출은 “열린 마음으로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자신했다. 배우들 이력만 봐도 다채롭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는 조승우, 성악 발성을 토대로 뮤지컬 계에서 활약해온 최재림·전동석,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김주택 등 각기 다른 예술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였다. 프리드 협력연출은 “배우 개개인의 성격과 특성을 토대로 캐스팅했다”면서 “팬텀뿐만 아니라 크리스틴과 라울 역의 배우들도 각기 다른 장점과 개성을 지녔다.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다면 공연을 최소 7번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리 협력안무는 “배우들이 가져온 해석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고 연습 후일담을 전했다. “팬텀이 두 극장 매니저를 향해 ‘네게 오페라를 써왔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전동석 배우는 이 장면에서 ‘너’를 크리스틴이라고 생각한다더군요. 35년간 ‘오페라의 유령’을 작업한 제게도 새로운 해석이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연기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재밌었습니다.” 신 프로듀서는 “앞선 두 번의 한국어 공연 때는 우리(한국 제작진) 의견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국 배우들 특성과 국내 정서를 많이 반영하도록 (변형할 여지를) 열어주셨다”고 귀띔했다.

티켓 가격은 19만원(부산공연 VIP 좌석 기준)으로 역대 라이선스 공연 중 가장 높다. 높은 제작비와 해외 제작진 체류 비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 프로듀서에 따르면 제작진은 1t 샹들리에 등 무대 세트를 영국에서 공수했다. 의상과 가발, 특수분장은 영국, 한국, 호주 등 세 국가에서 제작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4일 연습을 마치고 부산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약 200여명이 부산에 3개월여 간 머물며 ‘오페라의 유령’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공연은 오는 7월14일 샤롯데시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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