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호가 첫 경기부터 호주에게 일격을 맞았다. 14년 만에 4강 진출에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 B조 1차전에서 7대 8로 역전패했다. 이전까지 호주를 상대로 8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한국은 이날 패배로 8강(2라운드)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같은 조에 포함된 한국은 최소 3승 이상을 거둬야 조 2위 이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호주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국은 10일 오후 7시 열리는 일본전을 반드시 잡아야만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의 2차전 선발 투수는 김광현(SSG 랜더스)으로 결정됐으며, 일본에서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선발 투수로 고영표(kt 위즈)를 투입했다. 호주 타자들이 사이드암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지 않은 점이 배경이었다.
고영표는 3회까지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1회를 공 4개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고, 2회와 3회에 1,3루 위기가 있었지만 호주 타선을 상대로 땅볼 유도에 성공하며 무실점으로 선방했다.
잘 버티던 고영표는 4회초에 첫 실점을 내줬다. 선두 타자 대릴 조지를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후속 타자 애런 화이트필드에게 기습 번트 안타를 허용했고, 릭슨 윈그로브에게 볼넷까지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로건 웨이드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선제점을 내줬다.
1사 1,3루 상황에서 고영표는 2구째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해냈고,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이 병살로 연결하면서 추가 실점없이 이닝을 끝냈다.
5회초에도 다시 호주에게 한 점을 줬다.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고영표는 선두 타자 울리히 보야르스키를 투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냈지만, 팀 케넬리에게 솔로포를 얻어맞고 추가 실점했다. 결국 고영표는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5회말 한국은 반격에 나섰다. 4회까지 호주 투수진을 상대로 출루를 하지 못한 한국은 김현수(LG 트윈스)가 볼넷으로 침묵을 깼고, 박건우(NC 다이노스)가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 1사 1,2루를 만들었다.
호주는 7번 타자 최정(SSG 랜더스)을 앞두고 투수를 교체했다. 바뀐 투수 대니얼 맥그라스는 최정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타석에 오른 양의지(NC 다이노스)가 경기를 뒤집었다. 양의지는 맥그라스가 던진 체인지업을 그대로 퍼올려 3점 홈런을 때렸다. 끌려가던 한국은 3대 2로 역전했다. 얼어붙어 있던 한국의 더그아웃도 활기를 찾았다.
한국은 9번 타자 나성범(KIA 타이거즈)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에 성공했지만, 견제사로 아쉽게 추가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6회말 2사 상황에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박병호(kt 위즈)가 적시 2루타를 치면서 2점차로 벌렸다.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7회초 3번째 투수로 등판한 소형준(kt 위즈)이 몸 맞는 공과 안타를 허용했다. 희생 번트로 1사 2,3루에 몰렸다. 소형준을 대신해 김원중(롯데 자이언츠)은 알렉스 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다음 타자 로비 글렌디닝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스코어도 4대 5로 재역전됐다.
한국은 경기를 뒤집기 위해 분주히 노력했지만 강백호(kt 위즈)의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로 한 순간에 힘이 쭉 빠졌다. 대타로 나선 강백호는 7회말 1사에서 상대의 타구를 노려쳐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쳤지만, 세리머니를 하다가 베이스에 발을 뗀 사이에 태그 아웃됐다. 다음 타자인 양의지가 안타를 쳤지만 끝내 득점을 하지 못했다.
추가점은 호주에서 나왔다. 8회 1사에서 베테랑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나섰지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고, 로비 퍼킨스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4대 8까지 벌어지며 승부가 기울었다.
한국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8회말 상대 투수 스티븐 켄트 의 제구 난조 속에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연속 볼넷을 골랐다. 호주의 바뀐 투수 윌리엄 셰리프도 제구가 잡히지 않았고, 이정후, 박병호도 볼넷을 얻어내 한 점을 따라갔다.
계속된 만루 상황에서 김현수가 1루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2점차까지 따라붙었고, 박건우의 몸 맞는 공으로 이어진 만루에선 오지환의 내야 땅볼로 한 점을 더 보태 7대 8,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한국은 마지막 공격 때 에드먼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김하성과 이정후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진 상황에선 에드먼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며 경기가 끝났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