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에 이어 일본에게도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한국에는 에이스 투수가 사실상 없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B조 2차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4대 13으로 완패했다. 전날(9일) 호주와 대결에서도 패배한 한국은 조 최하위로 떨어져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일본을 상대로 안타를 4개밖에 치지 못한 타선의 응집력도 부족했지만, 마운드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를 상대로 8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이날 무려 13점을 내줬다.

2회초까지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호투하던 김광현이 3회에 2실점을 하고, 뒤이어 올라온 원태인이 승계 주자를 막지 못해 2점을 내주고, 5회에도 곤도 슈스케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마운드는 제 활약을 펼치는 듯 했다. 

하지만 ‘영건’들이 마운드에 올라온 뒤 한국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5회말 원태인과 대신해 들어온 곽빈이 오타니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무라카미를 내야 땅볼로 잡았으나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희생플라이로 1점을 헌납했다.

6회말에는 무려 5실점을 내줬다. 나오는 투수마다 제구가 잡히지 않은 탓에 사구를 남발했다. 

지난 시즌 KBO 신인왕 정철원은 선두타자 나카노 타카무에게 3루타를 맞고 흔들리자 김윤식이 올라왔는데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볼넷, 라스 눗바에게 사구, 곤도에게 볼넷을 연거푸 내주며 1실점했다.

무사 만루에서 불을 끄러 나온 김원중은 오타니 슈스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무라카미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아웃카운트와 1점을 맞바꿨다. 김원중은 요시다에게 다시 1타점 적시타를 맞았고, KBO리그 홀드 1위 정우영으로 교체됐다. 정우영은 곧바로 오카모토에게 추가 적시타를 맞으며 점수는 4대 11까지 벌어졌다. 

7회에도 악몽은 이어졌다. 바뀐 투수 구창모가 나카노에게 안타를 맞으며 일본의 기회가 열렸다. 다음 타자 나카무라를 외야 뜬공 처리했으나 눗바에게 다시 안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투수는 다시 이의리로 교체됐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의리는 곤도를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오타니를 상대하다 폭투까지 던져 허무하게 점수를 허용했다. 이후 오타니를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의리는 무라카미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으나 요시다에게 또 볼넷을 내주며 4대 13, 콜드게임 패배에 단 1실점만을 남겨뒀다.

2사 만루에서 박세웅이 마운드를 이어 받았고 오카모토를 외야 뜬공으로 막으며 가까스로 이닝을 마쳤다. 박세웅은 8회에 삼자범퇴로 일본 타선을 막았다. 1회 김광현 이후 7회 만에 나온 삼자범퇴였다.

한국은 계속되는 실점에 투수를 10명이나 투입해야 했다. 등판한 투수가 중에 실점을 하지 않은 투수를 찾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한국 투수진은 이날 일본 타자들에 무려 피안타 13개, 사사구 9개를 헌납했다. 초반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해 어렵게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졌고, 계속해 볼넷을 남발하면서 실점을 자초했다. 차세대 에이스들이 대거 모인 한국 투수진이었지만, 일본 앞에서는 ‘골리앗을 이기지 못하는 다윗’에 불과했다.

경기를 중계한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 참담하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자각해야 한다”라면서 “볼만 빠르다고 해서 좋은게 아니다. 커맨드가 좋아야 한다. 지금 야구를 배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은 선발 다르빗슈가 3이닝 3피안타(1홈런) 3실점(2자책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뒤이어 등판한 이마나가 쇼타가 3이닝을 3피안타(1홈런) 1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후 마운드를 지킨 우다가와 유키, 마쓰이 유키, 다카하시 게이지가 나란히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마운드의 완패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