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2’ 다 봤어, 연진아

‘더 글로리2’ 다 봤어, 연진아

쿠키뉴스 기자들이 본 ‘더 글로리’ 파트2

기사승인 2023-03-13 13:00:01

문동은(송혜교)은 행복할까. 혼신을 다한 그의 복수가 마침내 끝을 맺었다. 지난 10일 파트 2 전편(9~16화)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이야기다.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문동은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이들을 하나씩 무너뜨린다. 문동은의 복수는 말 그대로 앙갚음이다. 신체를 구속하고 사회적 지위를 끌어내릴 뿐 아니라 영혼마저 파괴해서다. 악인의 바닥을 보여준 이 이야기에 세계 시청자는 열광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12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작품 공개 직후 넷플릭스 서버가 흔들렸을 정도다.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도 지난 주말을 ‘더 글로리’에 ‘올인’했다. 슬프고 처절한 복수극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두 기자가 ‘더 글로리’의 뒷맛을 곱씹어 봤다.
(* ‘더 글로리’ 파트2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넷플릭스

이 결말, 정말 시원한가요


죗값이란 무엇인가. ‘더 글로리’ 파트2를 모두 본 후 문득 궁금해졌다. 사전이 정의하는 죗값은 죄에 대해 치르는 대가다. 그렇다면 ‘더 글로리’의 악인들은 저마다 죗값을 치렀을까. 박연진(임지연)·전재준(박성훈)·이사라(김히어라)·최혜정(차주영)·손명오(김건우) 등 다섯 명 모두 파멸을 맞았으니 답은 일견 ‘그렇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결말이 자기 죄에 따른 값이라고 묻는다면, 글쎄, 모호하다. 박연진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으로 교도소에 간다. 전재준은 미성년자 시절 강간을 저질렀으나 불륜에 대한 죗값을 치렀을 뿐이다. 최혜정과 손명오의 최후는 다른 세 사람이 저지른 또 다른 착취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찝찝한 것은 이사라의 추락이다. 그는 환각 상태에서 자위와 구강성교를 하는 모습이 자신 의지와 상관없이 까발려졌다. 세상에 정당한 폭력이 어딨겠느냐마는, 이사라를 파괴하는 방식이 여성의 성행위를 폭로하는 사실이었다는 점이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불쾌하다. 우리는 이것을 ‘사이다 결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편 ‘더 글로리’는 드라마를 둘러싼 현실로 설정이 완성되는 비운을 겪고 있다. 파트 1, 2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6년 후배들을 구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연출한 이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다만 폭력은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선 드라마와 현실이 일맥상통한다.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파트 1 공개 당시부터 수많은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드러내게 하는 파문을 낳았다. 이 드라마가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작품이라는 주장엔 고개를 갸웃하지만, 부디 ‘더 글로리’의 후폭풍이 향하는 곳은 피해자들의 회복과 일상 복귀이길 바란다.

‘더 글로리’ 스틸. 넷플릭스

가해자다움을 지키는 복수극

일생을 바쳐 준비한 문동은의 복수는 하늘을 향해 핀 나팔꽃처럼 서서히 피어난다. 파트 2는 파트 1이 다진 이야기 토대를 딛고 본격적인 복수를 담아낸다. ‘더 글로리’는 문동은의 복수를 응원한 시청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박연진 무리뿐 아니라 박연진 모친 홍영애(윤다경), 비리경찰 신영준(이해영), 문동은 친모 정미희(박지아), 강현남(염혜란)에게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남편 이석재(류성현), 자신을 구해준 의사를 살해한 강영천(이무생)까지.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쁘기만 하다. 여느 드라마처럼 갑작스럽게 개과천선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며 눈물짓는 가해자는 찾아볼 수 없다. 가해자다움을 잃지 않는 가해자와 용서하지 않는 피해자. 통쾌함은 이 지점에서 커진다. 김은숙 작가는 복수극에 기대하는 권선징악을 놓치지 않는다. 가해자끼리 서로를 단죄하게 하며 ‘더 글로리’의 복수는 보다 더 견고해진다. 피해자들은 더욱더 똘똘 뭉친다. 문동은과 강현남은 여전히 강한 연대를 보여준다. 강현남의 눈빛이 반짝일 때, 문동은이 강현남 옆에서 편히 웃을 때마다 뭉클함이 샘솟는다. 다만 문동은과 주여정(이도현)의 관계는 여전히 애매하다. 서로의 망나니를 자처하는 모습이 극과 시종일관 겉돈다. 문동은의 성장은 파트 2의 핵심이다. 외톨이를 자처하던 그는 복수를 거듭하며 좋은 사람들의 존재를 비로소 깨닫는다. 예측할 수 없는 너울 같던 희망은 그렇게 문동은의 편에 선다. 파멸을 향해 처참하게 깨지고 부서질수록 ‘더 글로리’는 더 눈부시게 빛난다.

인상 깊은 건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이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극을 자신의 무대로 만든다. 이사라 역 김히어라와 최혜정 역 차주영의 활약도 돋보인다. 염혜란은 강현남 그 자체다. 무기력함, 절박함, 애틋함, 분노, 희망, 눈물 섞인 환희까지 모든 감정을 생동감 있게 펼쳐낸다. 지난 파트에서 감정을 절제하던 송혜교는 파트 2에서 훨훨 난다. 살인마를 연기한 이무생의 변신도 놀랍다. 김 작가의 말맛 나는 대본에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가 더해지며 ‘더 글로리’는 생명력을 얻는다. 다만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폭로가 나온 건 아이러니다. 가해자가 연출한 복수극은 찜찜함을 남기지만, 로맨스 외길을 걷던 김 작가의 복수극 도전은 성공적이다.

이은호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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