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종사자 2만여명을 검진한 결과 31명이 폐암 확진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급식 종사자들이 정부에 책임감 있는 대책 수립을 촉구한 가운데 교육부는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전담팀(TF)’을 운영하고 폐암 확진자들에게 산재 신청을 안내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급식실 조리 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폐암 진단 급식종사자 평균 14.3년 근무
전국 14개 시·도 교육청이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학교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건강 검진한 결과, 2만5480명 가운데 94.4%(2만4065명)가 수검을 완료했다.
폐암 의심 소견은 139명(0.58%)에 달했다. 이 중 ‘폐암 의심’ 학교 급식종사자는 94명(0.39%), ‘매우 의심’은 45명(0.19%)이었다.
폐암이 의심되는 학교 급식종사자를 추가 검사한 결과, 이중 31명(0.13%)이 폐암을 확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이다.
다만 서울·경기·충북 등 3개 교육청은 아직 검진을 완료하지 않아 폐암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3개 교육청의 검진 결과는 3~5월 중 나온다.
올해 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에 1799억원
교육부는 관계기관의 전담팀 논의를 거쳐 폐암 확진자와 경계선 결절 등 추적·추가 검사가 필요한 종사자에 대해 후속 조치를 지원한다. 또 폐암 확진자에게는 산재신청 안내 및 치료에 필요한 병가, 휴직 등 복무 처리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폐 이상 소견이 있는 종사자도 추적·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검진비 지원을 추진한다.
특히 시·도교육청 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검진 대상, 방식, 항목 등 건강검진 지원 기준에 대해 공통 지원 기준을 마련한다.
학교 급식 조리실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교육부는 학교 급식 조리실의 환기설비 개선을 위해 올해 1799억원의 보통교부금을 반영했다. 개선이 필요한 학교 1교당 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로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 교육부는 조리흄(Cooking Fumes)을 유발하는 요리는 오븐 사용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조리흄은 음식을 튀기고 볶을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다. 이어 튀김류는 주 2회 이하로 최소화하고 대체 식단과 조리법을 개발·보급한다. 급식기구는 점진적으로 현대화 기구로 교체한다.
교육부는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고용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시·도교육청, 안전보건공단과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전담팀’을 운영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의 학교 급식을 책임지고 계시는 급식종사자분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관계기관 전담팀 논의를 통해 쾌적한 조리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급식종사자들 “종합 대책 조속히 마련해야”
학교 급식종사자들은 교육부의 폐암 진단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폐 CT검진 최종결과 이상 소견자가 32.4%에 육박한다”면서 “폐암 확진자 포함 의심자는 341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앞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단체는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전국 학교 급식실에 결원이 속출하고 있고 신규 채용이 미달하는 상황”이라며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무상급식 운영이 불투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