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난은 선수가 아닌 나에게 해줬으면 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8일부터 열린 WBC 조별리그 B조 1라운드에서 2승 2패를 기록해 조 3위에 그쳐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호주와 본선 첫 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7대 8로 패배하고 일본에게는 4대 13으로 콜드패를 간신히 면했다. 2연패를 안고 나선 체코전에서 7대 3으로 승리해 대회 첫 승을 거뒀고, 중국전은 22대 2로 대승을 거뒀지만 이미 탈락이 확정된 후였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등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은 2013년 대회부터 3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 감독은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라면서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중국전이 끝나고 미팅을 했다. 선수들은 정말 준비를 잘 했다. 역대급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몸을 빨리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비난을 자제해주셨으면 고맙겠다. 전부 나한테 비난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선수들은 앞으로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 또 올해 가을에 아시안게임이 있고 APBC 대회도 있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나를 비난하되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대회의 부진 이유로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 못했다. 소형준이나 이의리 등 젊은 선수들이 자기 볼을 던졌어도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그게 조금 아쉽지만 선수들도 아쉬울 것이다. 다들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 다 발휘하지 못하면 그것도 실력이겠지만, 기다려주면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일부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일었다. 선발 투수들이 대부분 길게 이닝을 가져 가지 못하고 조기에 교체된 상황에서 이 감독이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정철원(두산 베어스) 등 특정 선수만을 기용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한 질문에 한숨을 내쉬면서 “한국시리즈 할 때 투수를 몇 명 쓰는지 알아보길 바란다”고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