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효과는 엄청났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이 한 시즌 만에 1위까지 올라섰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IBK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세트 스코어 3대 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획득한 흥국생명은 승점 79점(26승 9패)을 기록, 시즌 마지막 경기와 상관 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지난달 7일 현대건설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에 오른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2위가 확정된 현대건설(승점 70점)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승점 6점을 얻더라도 승점 76점에 그쳐 역전할 수 없다.
지난 시즌 6위였던 흥국생명의 놀라운 성과다. 그 주축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2020~2021시즌이 끝난 뒤 중국 무대로 넘어갔던 김연경은 2년 만에 흥국생명 복귀를 타진했고, 연봉 7억원(계약금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에 핑크색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흥국생명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 흥국생명을 제외한 6팀이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김연경은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34경기에 출전해 669점(공격 성공률 45.76%)을 기록했다. 득점 기록은 리그 5위에 달하며, 국내 선수 중에서는 1위다. 또 공격 종합, 시간차 공격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있고, 퀵오픈 부분도 2위에 위치했다.
리시브 효율 9위, 디그 10위 등을 기록하는 등 흥국생명이 단단한 수비진을 구축하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올 시즌 5라운드까지 여자부 라운드 MVP를 무려 3번이나 수상했다.
‘김연경 효과’는 경기 중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작전 타임 때마다 나서서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상세한 작전 지시를 하는 게 아닌 ‘할 수 있다’는 말로 팀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후배 선수들은 김연경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또 올해 초 권순찬 감독과 단장이 갑자기 팀을 떠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리더십으로 동료들을 다잡았고 어린 후배들이 실수를 해도 독려하며 팀 분위기를 계속 끌어 올렸다.
김연경이 끌고, 동료들이 함께 따라가는 그림이 완성되면서 흥국생명은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김연경은 2007~2008시즌 이후 15시즌 만에 국내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MVP 수상도 유력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김연경은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1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린다. 국내 무대에 1차 복귀했던 2019~2020시즌에는 GS칼텍스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1위 확정 후 “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내 영향력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좋은 영향을 줘서 좋은 결과로 이뤄져서 너무 좋다”라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는 많지만 결과를 얻어내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가 함께 했기에 이뤄낼 수 있는 결과였다”고 기뻐했다.
이어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같이 뭉쳤기 때문에 잘 이겨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기분 좋다. 우리가 1위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고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 이겨냈다”고 덧붙였다.
화성=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