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계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약세를 보였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0.63p(0.87%) 떨어진 3만1874.7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7.36p(0.70%) 밀린 3891.93, 나스닥지수는 5.90p(0.05%) 상승한 1만1434.05로 장을 마감했다.
CS 충격에 증시는 장 초반부터 급락했다. CS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 국립은행(SNB)가 이날 규제를 이유로 CS 주식을 더이상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다.
이미 CS는 지난해부터 위기설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2021년 파산한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에 대한 투자 실패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얻은 탓이다. 이로 인해 고객 예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지분 9.9%를 가진 SNB까지 돌아서면 파산 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CS가 14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회계 부문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사항이 드러나면서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만 장중 스위스 중앙은행이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락세가 다소 줄어들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소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 전략가는 “CS는 이미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시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에서 상장된 CS는 전장 대비 13.94% 하락했다.
미 대형은행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웰스파고(-3.29%) JP모건체이스(-4.72%) 뱅크오브아메리카(-0.94%) 씨티(-5.44%) 등 주가가 떨어졌다. SVB 파산 사태로 폭락했다가 미 정부의 지원책으로 전날 반등했던 지역은행들도 내려앉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21.37%, 팩웨스트 방코프는 12.87% 떨어졌다.
금융 시스템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진 가운데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돼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0.3%p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집은 결과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 소매 판매도 0.4% 감소해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CNBC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금융 혼란이 실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며 “시장은 많은 수익성 모델이 대부분 제로 금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더 많은 발작과 폐쇄가 다가올 수 있다”며 “이지 머니와 규제 변화의 결과가 미 지역은행 전반에 걸쳐 어떤 결과로 닥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