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재학교를 졸업한 학생 10명 중 1명은 의·약학 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과학기술분야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영재학교·과학고 학생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9일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전국 영재학교 8곳, 과학고 20곳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 영재학교에는 2500명이, 과학고에는 4377명이 재학 중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아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영재학교·과학고가 이공계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자체적으로 제재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의약계열로 이탈하는 실정이다. 영재학교·과학고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의약학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면 일반고로 전학하도록 권고하고, 학생에게 지급된 교육비·장학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추진했다. 그럼에도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학교 졸업생 중 73명(9.1%), 과학고 졸업생 중 46명(2.9%)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했다.
이에 교육부는 앞으로 기존 제재 방안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데 더해 학교생활기록부 서식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영재학교는 일반고와 달리 학생부에 재학 중 연구 활동이나 수상실적 등을 기재할 수 있는데, 의·약학계열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학교 밖 교육·연구 활동이 삭제된 일반고 학생부 서식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경우 학생부에 영재학교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2025년부터 영재학교가 설립 취지에 맞춰 운영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도 운영해 영재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재학교 입학전형의 사교육 유발 정도도 매년 점검할 계획이다.
2025년 신입생부터 과학고 조기졸업 제도도 손 본다. 현재 조기졸업 비율은 30%대로, 학사 운영이 파행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학업 성취도나 지능검사 결과 등을 포함해 조기졸업 대상자 선정 기준을 논의하고 규모를 적정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로 인공지능(AI) 과학영재학교를 설립도 추진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영재교육을 강화한다. 또한 영재 교육을 다양화하기 위해 현재 음악, 미술에 쏠린 예술 영재 교육 분야를 미디어, 연극·영화, 만화창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문·사회 분야 영재를 위한 온라인 교육을 운영하고 발명·기업가 영재교육을 위해 ‘차세대 영재 기업인 교육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재학교·과학고가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며 “탁월한 인재들이 지속적인 성취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