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컵 보증금제’ 설득하러 제주행 “내려오길 잘했어요” [쿠키인터뷰]

‘1회용컵 보증금제’ 설득하러 제주행 “내려오길 잘했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3-24 18:09:43
정복영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이사장.   사진=이준범 기자

“잘 내려왔다고 생각해요”

지난 23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주사무소 개소식 직전 만난 정복영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이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개소식 전부터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정착을 위한 업무를 이미 시작한 상황이다. 정 이사장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직원들을 직접 데리고 내려와 지난 9일부터 현장 파악에 나섰다. 서울에서 통계와 수치를 듣고 판단한 것과 제주 현장의 차이는 컸다. 제주도민, 이해관계자, 환경단체, 점주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많은 분제를 발견했다. 하나씩 해결할 수 있겠단 자신감도 생겼다.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캠페인이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 컵에 일정 금액의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제도다. 환경부는 당초 지난해 6월 전국 3만800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6개월 유예했고, 이후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1회용컵 보증금 컵 반환율은 현재 제주 약 30%, 세종 약 40%에 이른다.

“1회용컵 보증금제를 세종과 제주에서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아직 초기라 안정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듣고 소통하거나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현장 중심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센터 직원 3분의 1을 데리고 직접 내려왔습니다. 현장에 계시는 분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주시 이도2동 한 카페에서 시행 중인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사진=이준범 기자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제주에서 먼저 시행한 데엔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섬 안에서 환경문제를 순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염 물질이 바다로 나가서 해양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제주도의 환경 의식을 높게 봤다. 청정 제주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높은 지역이다. 정 이사장은 제주로 내려오면서 몇 가지 목표를 정했다고 했다.

“첫 번째 목표는 1회용컵 보증금제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을 설득하는 거예요. 제도에 대해 잘못 전달된 내용을 알리고, 소비자들을 설득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제주에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이 많거든요. 그분들에게 이 제도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필요한지 설명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거예요. 세 번째는 제주도에 입법 조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제주 만의 모델이 만들어질 거라 봐요. 제주에서 잘 운영되면 전국으로 확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사무소를 열고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과거 재활용은 선행 경제를 따랐다. 원료를 채취해서 소각해서 폐기하면 끝이었다. 지금은 순환 경제로 원료가 다시 돌아오는 형식을 따른다. 제품을 소비하면 다시 원료로 만들어서 재활용해야 하는 시대다. 1회용컵이 자연계로 나가서 오염시키지 않고 다시 돌아와서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3일 열린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주사무소 개소식.    사진=이준범 기자

“제주도가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제주도를 청정섬으로 만들겠다는 도민들의 의지인 거죠. 1회용컵 보증금제가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에서 산화·풍화가 일어나면 미세플라스틱이 결국 해롭게 돌아오거든요. 경제적인 목적도 있지만, 환경을 보호하는 것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1회용컵 회수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 8%였던 회수율은 지금 30%까지 올랐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의 1차 목표는 60%, 2차 목표는 80%로 잡고 있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다. 제도를 시행하는 매장과 하지 않는 매장이 섞여 있는 점이 문제다. 이용하는 매장 손님들에게도 1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다시 돌려받는 건 귀찮은 일이다. 매출 하락 걱정에 일부 매장이 보이콧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 이사장은 매장을 지원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매장이 보이콧하는 이유를 듣고 지원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제주로 내려왔어요. 매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저희가 운영하는 9개 현장팀이 언제든 현장에 나가서 해결하려고 노력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다. 가깝게 생각하고 이용해주시면 좋겠어요. 또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요즘 젊은 세대는 환경 의식이 남다르더라고요. 젊은 세대가 1회용품 보증금제 취지를 잘 인식하고 홍보하면 제도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문제가 많지만 잘 극복해서 제주 모델이 만들어지면 아시아에서도 하나의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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