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에 띠살, 교살, 딱지소, 굴도리… ” 이를 한 번에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 번쯤은 문화재 안내판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서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안내판을 개선하기로 한지 5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논의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해 5월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경내 침류각 안내판에 적힌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운 것을 지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상하에 띠살, 교살, 딱지소, 굴도리… 장관님이 뜻을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해당 단어들은 청와대 경내 건물인 침류각 안내판에 나온 내용이었다. 위아래로 띠 모양 살과 살대를 빗겨 교차해서 짠 살, 한쪽 면에 붙인 장식, 서까래를 지지하는 부재를 의미하는 한옥 부속물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전통가록 연구자들에게는 관심일지 몰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무슨 관심이겠냐”며 “이게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건지, 언제부터, 왜 이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안내판에 한마디도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채 안내판을 재정비한다는 계획 하에 지난 5년 동안 전국 자치단체와 함께 4300여개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용은 한눈에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손수호 인덕대 교수 겸 우리글진흥원장은 “문서에 의존할 게 아니라 현장을 보며 가장 바람직한 안내문의 내용과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문화재 안내문이 전문 용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문화재를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분량과 구성이 불균형하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과 우리글연구회가 문화재 안내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핀다. 오는 31일 서울 관훈동 정신영기금회관에서 문화재 안내문의 현안과 대안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 한범수 경기대 교수 진행 하에 손수호 인덕대 교수 겸 우리글진흥원장과 이광표 서원대 교수 겸 문화재 위원, 이병갑 전 국민일보 교열부장이 참석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공공언어로서 문화재 안내문이 전달과 소통에 실패하는 원인을 구체적인 사례 연구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현행 문화재 안내판 현황과 문제점을 살피고, 문화재 안내문 작성을 ‘무엇을, 어떻게, 왜 전달하는지’ 3단계로 나눠 접근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