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시아 전기’, 가뭄에 단비 같은 MMORPG [게임 들춰보기]

‘프라시아 전기’, 가뭄에 단비 같은 MMORPG [게임 들춰보기]

기사승인 2023-04-03 06:00:07
지난달 30일 정식 출시된 ‘프라시아 전기’. 신규 지식재산으로 만든 야심작이다.   넥슨

넥슨의 신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라시아 전기’가 지난 달 30일 베일을 벗었다. 넥슨이 오랜만에 신규 지식재산(IP)으로 선보이는 작품으로, 단일 게임으로는 넥슨 최대 규모의 개발진이 투입돼 기대감을 모았다.

프라시아 전기는 전반적인 만듦새가 뛰어난 게임이다. 눈이 즐거운 수준급의 그래픽과 연출, 컷신은 이 게임의 강점 중 하나다. 사냥터의 세부 환경과 몬스터 디자인에도 적잖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작은 화면의 모바일 기기보단 PC로 플레이하는 것이 적합한 게임이다. 물론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 모바일로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높은 그래픽 품질. 맵 디자인과 몬스터 디자인도 독특했다.

프라시아 전기에선 양산형 MMORPG의 형식을 탈피하겠다는 개발진의 의지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여타 국산 게임에선 접하기 드문 몰입도 높은 스토리는 이 게임의 분명한 매력 요소다. 흔한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차용했지만, 고유의 설정과 더불어 보기 드문 잔혹하고 처절한 스토리로 차별화를 꾀했다.

프라시아 전기는 ‘엘프’에 수십 년간 억압 받은 인간 연합(파벌)이 힘을 한 데 뭉쳐 대항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엘프가 판타지 세계관에서 대개 선한 종족으로 그려지는 것을 생각하면 신선한 설정이다. 주인공이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등 진부한 설정도 있지만 각 파벌들의 특색 있는 성격, 이들을 규합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몰입감이 높았다. 


메인 스토리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황금항 전투’의 컷신. 인게임 연출도 뛰어났다.  

튜토리얼에 가까운 메인 스토리는 다소 긴 호흡을 자랑하지만, 잘 짜인 내러티브 덕에 무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 내 주요 콘텐츠인 ‘결사(길드)’와 ‘검은 칼’ 등을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여내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쉬웠다. 퀘스트도 이야기 흐름에 맞게 구성해 지루한 숙제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몰입도를 고려하지 않고 재료 수집과 사냥만을 반복적으로 지시하는 양산형 MMORPG와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클라이맥스에 해당되는 ‘황금항 전투’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대규모의 PvE 전투가 벌어져 공성전의 재미를 단편적으로나마 맛 볼 수 있다. 엘프 사령관이 등장해 아군을 공격하는 장면이 담긴 고품질의 컷신은 감탄을 자아낸다. 결말의 여운도 짙어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다소 낯선 경험도 했다. 메인 스토리가 마무리되면 ‘전기’를 통해 각 파벌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육성의 무료함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영검사의 두 번째 스탠스인 환영검을 이용해 전투를 하는 모습.

전투 시스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프라시아 전기는 직업 별로 3개의 스탠스를 이용해 다채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일례로 근접 캐릭터인 ‘환영검사’는 기본 스탠스인 ‘장검’과, 빠른 공격 속도가 특징인 ‘환영검’, 방어에 특화된 ‘환영방패’ 스탠스를 선택해 플레이 할 수 있다. 환영검은 몬스터를 빠르게 사냥하는 데 특화돼 있었지만, 범위기를 사용하는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론 효율이 좋지 않았다. 이때는 대쉬기를 여럿 보유한 장검으로 변환해 전투를 치르는 것이 용이했다. 단 스탠스 변화에는 쿨타임이 적용돼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활용이 중요하다. 이밖에 공격을 회피하거나 상대가 쓰러지면 발동할 수 있는 ‘리액트’ 스킬 역시 전투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수동 전투를 지원하지만, 조작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사냥 시 몬스터 지정, 변환이 잘 되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엔 움직일 수 없어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데, 구르기 등 흔한 회피기를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


형상과 탈것 등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수익 모델로 취하고 있다. 

수익 모델(BM)은 한국형 MMORPG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형상’과 ‘탈것’, ‘기억회복’ 등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한 P2W(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의 성격이 짙다. 공개된 확률은 극악이다. 영웅 등급을 획득할 확률은 0.3%, 전설 등급은 0.003%에 불과하다. 높은 매출을 보장하는 흥행 공식을 따른 것이라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시즌 패스’, 형상과 탈것 뽑기가 포함된 저렴한 패키지 아이템 상품을 마련해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도 배려하려 노력했다는 인상이었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사냥을 할 수 있는 ‘어시스트 모드’의 존재도 미약하게나마 이용자 간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라시아 전기는 출시 직후 매출 부분에서 순항하고 있다. 출시 당일엔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고, 첫 주말인 2일에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6위에 올랐다. 10% 환급 정책이 적용되는 PC 버전으로 적지 않은 이용자가 결제를 진행 중인 만큼, 프라시아 전기의 실 매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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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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