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의 경험, ‘더 퍼스트 슬램덩크’ IMAX 봤더니

기대 이상의 경험, ‘더 퍼스트 슬램덩크’ IMAX 봤더니

기사승인 2023-04-04 19:58:14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고편 영상 캡처

삐빅, 탕, 탕, 농구화가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와 농구공을 튕기는 효과음이 실감 나게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튀는 땀방울부터 유니폼의 자잘한 펄럭임까지 생생히 보인다. 눈앞에 있는 건 분명 스크린인데, 북산고와 산왕공고가 맞붙은 전국대회 시합장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이맥스관에서 만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선사한 새로운 경험이다.

4일 오후 서울 행당동 CGV 왕십리점에서 미리 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이맥스 포맷은 일반관에서 보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탄탄한 이야기에 선명한 화질과 풍부한 음향이 더해지면서 현실감은 더욱 도드라졌다. 일반관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들이 고해상도 대형 스크린에선 생생히 보였다. 각 캐릭터의 근육 모양에 따른 음영 차이부터 농구공의 우둘투둘한 질감과 덕지덕지 묻은 손때가 눈에 들어올 정도다. 단순한 배경 같던 관중석의 들썩임이나 산왕공고 응원단의 세세한 움직임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묘사가 살아나자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도 새롭게 다가왔다. 이미 입소문을 탔던 특별관들의 강점을 한데 모은 듯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고편 영상 캡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큰 스크린으로 보자 작은 화면에서 놓치기 쉽던 몇몇 순간이 눈에 들어왔다. 무덤덤한 서태웅의 표정 변화나 내달리는 송태섭의 헝클어진 머리칼, 후반전 초반부터 잔뜩 지친 정대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담은 채치수의 얼굴 근육도 잘 드러났다. 부상을 입고 저 멀리서 더디게 움직이는 강백호도 시야에 들어왔다. 경기 중간 입술을 삐죽이는 정우성과 코트 저편에서 공을 집요하게 좇는 이명헌의 눈빛도 눈에 띄었다. 원작 만화를 본 관객이라면 친숙할 변덕규나 정우성 아버지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음향은 가히 압도적이다. 농구공을 튕기는 소리만으로도 탄성을 짐작할 정도다. 입체감 있는 음향 덕에 농구 경기 장면은 더 실감 나게 와닿았다. 정대만의 3점 슛이 림을 스치지 않고 깔끔하게 들어가는 소리, 송태섭의 ‘노 룩 패스’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는 소리, 채치수와 신현철의 덩크 슛이 백보드를 뒤흔드는 소리 등은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듯했다. 이외에도 송태섭이 어린 시절 바닷가 동굴을 오를 때의 발소리나 부서지는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등 자잘한 효과음이 살아나며 몰입감을 더욱 키웠다. 작품이 음향 연출에 신경 쓴 게 여실히 느껴졌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고편 영상 캡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예고편 영상 캡처

아이맥스관의 강점이 도드라진 건 오프닝과 극 후반 클라이맥스다. 송태섭부터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가 차례로 등장해 걸어 나오는 오프닝은 대형 스크린에서 더 큰 짜릿함을 선사했다. 베이스, 드럼, 전자 기타, 보컬로 이어지는 일본 록밴드 더 버스데이(The birthday)의 오프닝 곡은 라이브 공연장에서 듣는 듯한 울림을 줬다. 송태섭이 정우성과 이명헌의 존 프레스를 돌파하는 장면에 삽입된 10-피트(10-FEET)의 OST 역시 더 큰 전율로 다가왔다. 째깍대는 초시계 소리에서 무음으로 이어지는 후반 클라이맥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큰 화면이 전달하는 긴박감은 극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게 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이맥스관은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은 물론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전망이다. 개봉 세 달째인 작품에서도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입체감을 입은 화면과 음향에 집중하면 작품에 한층 더 ‘과몰입’ 하기 좋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이맥스 상영은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진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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