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박’이 해결했다…박정아 “저한테 공 안 오길 바랐죠” [V리그]

‘클러치 박’이 해결했다…박정아 “저한테 공 안 오길 바랐죠” [V리그]

기사승인 2023-04-07 06:30:02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박정아.   한국배구연맹(KOVO)

“저한테 공 주지 말라고 했는데….”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흥국생명과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한국도로공사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올랐다.

1, 2차전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3차전부터 기적의 3연승 업셋을 이뤄내며 2017~2018시즌 이후 5시즌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1, 2차전을 연달아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건 역대 최초 사례다.

MVP는 32점을 올린 캣벨이 차지했지만 ‘클러치박’ 박정아의 활약상을 빼놓을 수 없었다. 박정아는 이날 23점을 올리면서 팀에서 2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에게 넘어갈 뻔한 트로피도 한국도로공사에 안겼다.

박정아는 경기가 끝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내 기분이 좋다. 이겼는데 이긴 게 맞나 싶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아는 이번 시리즈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1차전과 2차전에는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떨어지며 각각 10점에 그쳤다. 체력이 고갈돼 스파이크를 치고 코트에 쓰러지는 경우가 잦았다. 작전 타임이 불리면 터덜터덜 걸으며 벤치로 돌아왔다. 공이 올라와도 제대로 스텝을 밟지 못한 경우도 여럿 차례 있었다.

그는 “1세트부터 죽을 것 같았다.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참고 뛸 수 있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정아는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답게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끌어내며 한국도로공사의 우승을 직접 이끌었다. 

4세트 중반에는 7번 연속 퀵오픈을 때리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끝에 점수를 냈다. 5세트 13-12에서는 비디오판독 끝에 매치포인트를 잡았고, 마지막 공격이 흥국생명의 블로킹에 걸린 뒤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에 맞고 나갔다.

박정아는 “(김)해란 언니가 마지막에 잡는 줄 알았다. 마지막 클러치 상황에서 내게 토스 주지 말라고 했는데 주더라. 마지막 공이 해란 언니 손을 맞고 밖으로 떨어졌을 때 우승했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박정아는 3차전 승리 후 원정이었던 1, 2차전에 흥국생명 팬들의 응원에 기가 눌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한국도로공사 팬 1300여명이 입장해 힘을 보탰다.

박정아는 “스트레칭을 할 때부터 팬 분들께서 소리를 쳐주셨다. 많이 와주셨다. 오늘은 기 죽지 않았다. 어차피 5차전인데 기 죽을 것도 없었다. 홈인지 원정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끝으로 그는 “올 시즌은 건강하지 못했지만 잘 이겨낸 시즌이다. 모든 우승이 소중하지만 이전 4번은 우승을 할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올 시즌은 전혀 기대를 안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룬 우승이라 더 크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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