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기억될 명승부였다.

한국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흥국생명과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한국도로공사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올랐다. 한국도로공사는 2차전까지 지고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하는 V리그 최초의 기록을 써냈다. 흥국생명은 통산 4번째 통합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한 팀은 우승의 기쁨을, 한 팀은 좌절을 맛봤지만 두 팀이 써내려간 스토리는 ‘역대급’에 가까웠다.

두 팀의 매치업이 성사된 직후, 많은 팬들은 흥국생명의 우세를 점쳤다. 정규리그에서 양 팀의 시리즈 전적은 흥국생명이 5승 1패로 압도적인 우위였다. 유독 한국도로공사는 흥국생명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흥국생명의 홈에서 열린 1, 2차전은 흥국생명이 싱겁게 경기를 따냈다. 1차전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한 세트라도 따냈지만, 2차전에서는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스윕승을 거뒀다.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은 집단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저하됐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반격이 시작됐다. 감기 증세를 어느 정도 회복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홈팬들의 응원을 뒤에 업고 터프한 경기력을 펼쳤다. 2차전까지 빈 공간을 찌르는 흥국생명의 밀어넣기 공격도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실점을 줄여갔다.

여기에 3차전부터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한 이예은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이예은은 2세트부터 세트 막바지에 교체돼 코트를 밟았는데,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공략하면서 한국도로공사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는 밑바탕을 깔았다. 3차전에서 서브로 2점을 더하기도 했다.

3차전을 따낸 한국도로공사는 기세를 이어 4차전까지 따냈다.

흥국생명의 홈으로 돌아온 5차전. 두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펼쳤다.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한 팀이 앞서 나가고 있어도, 지고 있던 팀은 투지를 발휘해 금방 동점을 만들었다. 모든 세트에 점수차는 단 2점차에 불과했다. 이날 듀스가 한 차례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는 158분간 이어져왔다. 이는 역대 여자부 포스트시즌 최장 기간 경기로 등록됐다.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는 한국도로공사가 찍었다.

13-12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박정아의 스파이크가 빗나가 동점 위기에 놓였다. 당시 흥국생명이 비디오 판독으로 아웃이 선언됐으나,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터치 아웃 비디오 판독으로 점수를 한국도로공사에 끌고 왔다. 14-13에선 ‘클러치 박’ 박정아가 마침표를 찍는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흥행도 대박이 터졌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경기 연속 매진에 성공했다. 1차전과 4차전의 케이블 시청률은 2%를 넘기기도 했다. 5차전 시청률은 무려 3.4%를 기록했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