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참사는 기억돼야” 세월호 9주년… 이태원 유족도 아픔 나눠

“모든 참사는 기억돼야” 세월호 9주년… 이태원 유족도 아픔 나눠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
이태원 유족 “더 참혹한 참사 막기 위해 모든 참사 기억해야”

기사승인 2023-04-10 16:41:09
10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 왼쪽)와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나란히 앉아 전시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두 손 위에 올려진 노란 리본, 어머니가 교복을 입은 자녀에게 씌워주는 잠수 헬멧, 주인을 잃은 빈 책상. 세월호 9주기를 기리는 약 51점의 작품이 유리 지붕 아래 전시됐다. 그날의 추위를 위로하듯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쬈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또다시 맞이한 따스한 봄날, 올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아픔을 함께했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10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 ‘세월호, 진실 기억 약속’이 열렸다.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는 이날 전시회를 찾아 “(세월호 참사가) 9년이 됐는데도 왜 당시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했을지, 왜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어라’ 방송만 했는지 등 아직 부모들에겐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라며 유가족들이 바라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   사진=임지혜 기자

9번째 봄이 오는 동안 첫 삽도 못 뜬 4·16 생명안전공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안산시 세월호 사고 사망자 추모 시설인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 사업이 수년째 진척되지 않아,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국 8곳에 흩어진 희생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우리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며 “일반 추모공원이 아닌 365일 교육하고 운영되는 생명안전공원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는 못했지만, 우리 아들 딸들이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덤덤하게 발언을 이어가던 정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마니까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진상규명할 것이다. 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 많은 엄마니까 끝까지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10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단원고 학생 동상 뒤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이날 전시회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했다. 참사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수없이 반복되는 참사를 막지 못했다. 매번 (참사는) 벌어졌고 이태원 참사도 발생했다”며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지 않고 왜곡시켜 참사의 본질을 망각하게 한 결과, 이태원에서 159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는 참혹한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 더는 가슴 아픈 유가족이 생겨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참사는 기억돼야 한다”며 “세월호 9주기 추모 전시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도 힘을 보태달라고 촉구했다. 

구명조끼 입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조각도 있었다. ‘소녀상’ 조각가 부부인 김운성·김서경 작가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를 그림일기로 표현한 ‘고래가 되어라’(이하 작가)도 눈길을 끌었다. 여행 가방을 든 교복 입은 아이에게 잠수 헬멧을 씌워주는 순간을 담아낸 그림 ‘Deep Anxiety 깊은 불안, 우려’(레오다브 작가)도 발길을 잡았다.

김운성 작가의 동상 작품과 조아진 작가의 ‘하얀 나비들을 위한 레퀴엠’.   사진=임지혜 기자

이태원 참사를 기리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노란 나비들 위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동상(김운성 작가)이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에서 날지 못한 하얀 나비들을 표현한 ‘하얀 나비들을 위한 레퀴엠’(조아진 작가)도 있었다. 

이날 전시회를 공동주최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간 희생자를 어루만져주는 조각상, 슬픔에 갇힌 유가족을 위로하는 영상, 불안에 떨고 있는 생존자를 안아주며 참사의 진실을 외치는 사진들까지 오늘 출품된 작품을 하나씩 넘겨보면서 순간 울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유가족들의 시간은 작품 속 2014년과 2022년에 멈춰 있을 것이라 감히 상상해본다”며 “세월호·이태원 참사 이후 달라져야 하는 세상을 위해 진실을 확인하는 길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전시회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3로비에서 열린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5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다음날인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에서 침몰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숨진 사고였다.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과 교사 11명이 이 사고로 숨졌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인근에서 핼로윈을 앞두고 밀집한 인파가 넘어지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숨진 사고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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