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신영은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를 도전으로 기억한다. 비단 첫 영화여서가 아니다. 농구의 니은자도 모르던 그가 맡은 역할은 부산 중앙고 농구부 에이스 천기범. 걸출한 농구 실력이 필수였다. 매일매일 농구공만 잡으며 연습한 지 두 달, 그는 어느 순간부터 어렵던 동작을 척척 해내기 시작했다. 영화를 함께 찍은 안재홍과 동료 배우 모두가 이신영을 기적이라 일컫는 이유다. 상영 전 영화를 미리 본 현역 농구선수 하승진이 이신영을 농구선수 출신으로 착각했을 정도다. 지난달 3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요즘도 꾸준히 농구를 한다”면서 “‘리바운드’가 내 삶을 바꿔 놨다”며 웃었다.
돌이켜 보면 이신영이 ‘리바운드’에 합류한 과정은 극적이었다. 연기는 기본, 농구 실력이 출중하면서 실제 인물과 신장도 맞아야 했다. 이신영은 “첫 영화인 건 설렜지만 한편으론 농구가 두려웠다”면서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구 연습에 매진하며 흘린 구슬땀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동료들 역시 큰 힘이 됐다. 합숙하며 쌓은 전우애는 촬영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동료 배우들이 현장에 서있기만 해도 캐릭터로 보이기 시작하자 비로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처음엔 단순히 우리끼리 뭔가를 함께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떠나 오롯이 상황에 몰두하게 되더라고요. 경기 중에 넘어지면 다 같이 달려가서 상태를 살피곤 했어요. 모두가 각자 캐릭터에 집중하는 게 느껴졌죠. 저 역시 천기범으로서 몫을 다하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했죠. 왜 꿈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왜 농구선수가 된 건지를 떠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캐릭터가 보이더라고요.”
드라마만 찍어본 이신영에게 영화 촬영장은 낯설고 새로웠다. 두려워하던 그에게 힘을 준 건 작품을 이끈 장항준 감독이다.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단다. 이신영은 “유쾌하고 배려심이 넘치면서도 카리스마가 가득했다”며 “첫 영화가 장 감독님 작품이어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매일 ‘리바운드’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본다며 “우리가 흘린 땀과 열정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리바운드’는 이신영에게 새 꿈을 향해 달려갈 힘을 줬다. 최근 SBS 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촬영 중인 그는 연기의 매력을 다시금 알아가고 있다.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행동이 나와요. 의외라고 생각한 부분이 작품과 맞아떨어지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리바운드’와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그런 순간을 여럿 겪었어요. ‘리바운드’에선 농구 경기 중 ‘진짜 감정’이 눈빛으로 나올 때마다 캐릭터로서 존재한다는 게 뭔지 실감했죠.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는 한석규 선배님을 보며 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무엇인지 배우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쌓여서 관객과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보인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모델 데뷔 후 tvN ‘사랑의 불시착’을 만나 배우로 전향하기까지, 이신영은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연기자라는 새 길을 찾은 그는 이제 더 먼 곳을 바라본다. “‘리바운드’로 청춘의 삶을 다시 만끽했다”고 말을 잇던 그는 “정제하지 않은 삶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하며 ‘무엇이든 꼭 해내겠다’는 목표를 잡았어요. 그 생각만으로 열심히 달릴 수 있었죠.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노력하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떠올라요. ‘이땐 이게 힘들었지’, ‘이런 고민을 했지’ 생각하면 삶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리바운드’는 배우로서 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제가 포기하지 않았듯이, ‘리바운드’를 보신 분들도 꿋꿋이 나아갈 힘을 얻길 바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