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탈로 얼어붙은 신림 고시촌 상권

주민 이탈로 얼어붙은 신림 고시촌 상권

기사승인 2023-04-14 06:00:30
장사를 접은 고시촌 상가. 사진=송금종 기자 

서울 대학동(구 신림9동) 고시촌 상권이 메마르고 있다. 거주민도 나날이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고시촌은 80년대 후반을 전후로 고등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그러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계기로 수험생이 빠져나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고시생 빈자리를 대학생과 직장인, 소수 외국인이 채웠고 지금은 그마저도 덜하다. 대학동 인구는 감소세다.

관악구청 통계에 따르면 주민등록 상 인구는 2017년 3월 2만3548명에서 올해 3월 2만440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세대 당 인구수는 1.57명에서 1.40명으로 줄었다.

입지도 주민 이탈 요인이다. 대학동 고시촌은 ‘대학 14길’을 중심으로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구분한다. 5515번 버스를 타고 종점보다 한 정거장 일찍 내리면 원룸과 고시원이 빼곡한 ‘윗동네’가 나온다. 윗동네는 언덕 중턱에 있어서교통이 불편하다. 그래서 집값이 싸다. 부동산에 따르면 원룸이 월 35만원 수준이다. 언덕을 더 올라가면 보증은 없고 월세 20만원대 고시원이 나온다. 대신 경사가 매우 심하다. 

아랫동네 상권은 평지고 유동인구가 많아 그나마 나은 편이다. 윗동네 상권은 얼어붙었다. 마트와 분식집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았다. 15년째 윗동네를 지킨 미용실도 일주일 후면 문을 닫는다. 지출을 줄이려고 카드결제를 안 받거나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있다. 

고시촌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직장 때문에. 원룸, 고시원 할 것 없이 거의 공실이다. 요즘 고시생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요즘은 가게도 안 되고, 중국집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사진=송금종 기자 

10년 넘게 분식집을 하고 있는 B씨도 장사를 접을지 고민하고 있다. 수익을 충당하려고 배달플랫폼을 가입했지만 경기가 나빠 주문도 적다.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과 역세권 청년주택(관악구 신림동 240-3 일원) 호재가 있지만 인구 유입과 함께 골목상권이 되살아날진 두고 볼 일이다.

B씨는 “문 닫은 가게가 (동네에) 천지”라며 “고시생도 사라지고 올해 공무원도 덜 뽑아서 (학생들이) 아예 전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정착할 때만 해도 손님들 발이 안 보일 만큼 북적였다”며 “기대는 되는데 못 견디고 떠날 사람은 결국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쓰러져가는 골목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관악구청은 오는 6월까지 상인스터디그룹 활동을 지원한다. 동아리 개설도 가능하다. 하반기부터는 SNS를 이용한 영상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교육한다. 온라인 오픈 마켓 입점을 돕고, 성장잠재력이 있는 핵심점포를 발굴, 특화상품 개발과 집중홍보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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