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병원 모셔다 드려요” 자녀 돌봄부담 던다 [병원 동행②]

“어르신 병원 모셔다 드려요” 자녀 돌봄부담 던다 [병원 동행②]

자녀 대신 대형병원 진료 돕는 ‘병원 동행 서비스’
병원 근무 경험 있는 매니저들 파트타임 근무

기사승인 2023-04-15 06:00:05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병원을 찾아야 하는 노인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이를 부양해야 하는 자녀의 수는 줄어들고 있어 ‘병원 동행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5명 중 1명이 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을 방문하는 노인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22년 상반기 진료비 통계지표(심사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65세 이상 요양급여비용은 4조579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노인의 입원·외래 및 약국 내원일수는 2억6285만 일에 달한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화 등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자녀가 부모의 병원을 동행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직장이나 학업 문제, 거주지 차이 등으로 병원을 함께 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항암 치료를 위해선 적어도 5회, 많게는 30회 이상의 내원이 필요한데, 그만큼의 시간을 내긴 쉽지 않다. 항암치료 화학요법은 3~4주 간격으로 5회 이상, 방사선 요법은 1주일 간격으로 약 30회는 병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는 실정이다. 

동행 매니저가 병원 접수를 돕고 있다.   엠디에스코트

이에 자녀들을 대신해 노인들의 대형병원 진료를 도와주는 ‘병원 동행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 업체인 엠디에스코트의 이상달 대표는 “자녀의 수가 많지 않은 요즘,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엠디에스코트는 현직 의료진이 만든 서비스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까지 홀로 이동이 어렵거나 보호자 동반이 반드시 요구되는 마취가 필요한 수술, 수면내시경 검사 등을 해야 하는 경우 보호자의 병원 동행이 어려운 환자들의 고충을 피부로 느끼고 이를 실현했다. 

주로 병원 근무 경험이 있는 에스코터(동행 매니저)들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대형병원은 복잡해진 데다 키오스크 등 무인 시스템으로 바뀌어 보호자가 따라가도 완전히 케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의사의 진단을 보호자에게 쉽게 풀어서 전달하고, 의사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등 대학병원 출신 간호사에게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에스코터가 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유휴 인력은 간호사 기준 약 20만명,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등은 약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엠디에스코트는 추정했다. 특히 육아 등으로 전일제 근무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단기간 근로(파트타임)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수요자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고자 하는 의료 자격증 소지자(공급자)를 매칭하는 서비스”라며 “가령 육아 때문에 일을 쉬고 있는 의료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자녀가 귀가하기 전까지 파트타임으로 근무가 가능해 에스코터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녀들이 돌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길 기대했다. 그는 “자녀 입장에선 부모님이기 때문에 직접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반대로 부모도 ‘자식에게 신세를 지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한다”면서 “병원을 가야 하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병원 동행 서비스가 정착되면 자녀들의 돌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