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증설 기대했는데…” 김포 전세버스 투입 첫날 [가봤더니]

“버스 증설 기대했는데…” 김포 전세버스 투입 첫날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4-24 12:42:52
24일 오전 김포시 고촌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70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24일 오전 7시40분 김포골드라인 고촌역 앞. 70번 버스를 눈앞에서 놓친 시민들은 급히 다른 버스를 찾거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경기 김포시가 전세 버스를 추가 투입한 첫날 아침, 여전히 김포 시민들의 출근길은 전쟁이었다. 김모(40·여·직장인)씨는 “김포골드라인이 너무 복잡해 3주 전부터 버스를 타고 있다”며 “버스 배차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오히려 늦을 것 같다”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김포시는 최대 혼잡률 289%에 달하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완화를 위해 24일부터 김포공항역행 전세버스 8대를 추가 투입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출근 시간대 걸포북변역에서 풍무역, 고촌역, 개화역을 거쳐 김포공항역까지 운행 중인 기존 70번 버스 5대와 함께 총 13대가 김포 시민들의 출근길을 함께한다. 새로 투입된 버스 8대는 좌석 45석의 전세버스로 70번을 달고 오전 6시45분~7시45분 1시간 편도 운행한다.

이날 오전 7시, 70번 버스 출발점인 걸포마루공원 앞엔 70번 버스 4대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앞차가 출발하고 5분 동안 대기한 다음 시동을 걸었다. 전세버스가 투입되며 배차 간격이 15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오전 7시5분 걸포마루공원 정류장에서 승객 6명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걸포북변에서 1명, 풍무역에서 5명, 고촌역에서 19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걸포마루공원부터 김포공항역까지 약 40분이 걸렸다. 같은 구간 17분이면 가는 지하철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이었다.

버스가 늘었지만 여전히 탑승하지 못하는 승객도 대거 발생했다. 기존 70번 버스는 시내버스라 만석이어도 입석으로 탈 수 있었지만, 이날 투입된 전세버스는 좌석버스라 수용인원이 다 차면 입석이 불가능하다. 이날 오전 7시30분 좌석버스를 타지 못한 임준수(37·남·직장인)씨는 “평소에 주로 70번 버스를 이용한다”며 “오늘부터 배차를 늘린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방금 버스를 보내고 나니 효율성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김포 골드라인이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버스 증설에도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여전했다. 이날 오전 8시 고촌역에선 지하철 도우미가 “다음 거 타세요”를 외치며 지하철에 몸을 우겨 넣는 시민들을 만류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지하철이 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타려고 했지만, 탈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5명 정도였다. 남은 승객들은 다음 지하철을 기다려서 탈 기회를 보는 일을 반복했다.

이날 오전 지하철 2대를 보낸 이모(20대·여·직장인)씨는 “버스를 늘려도 도로가 막히면 의미가 없다”며 “도저히 버스를 타고 다닐 수가 없어 힘들어도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김모(20대·남·대학생)씨도 비슷했다. 그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가장 빨라서 어쩔 수 없이 탄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하철 승하차 도우미와 구급대원은 버스 증설에도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는 여전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하철 승하차 도우미 A씨는 “인원이 조금 줄어든 거 같기는 하지만 아직 버스 증설 첫날이라 이렇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재홍 김포소방서 119구급대원도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이용객은 비슷하다”고 했다. 이어 “고촌역 기준 보통 2~3일에 한 번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며 “오늘 오전 9시까지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김포골드라인 대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날 고촌역에서 만난 김채은(27·여·직장인)씨는 “골드라인을 타면서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도 더러 있었다”며 “하지만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다.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너무 크다”고 꼬집었다. 수상버스 등 중장기 대책에 대해선 “지금 당장 해결해주는 대책이 아니라 와닿지 않는다”라며 “날마다 늘어나는 김포 인구에 골드라인은 점점 더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날 걸포마루공원에서 만난 김포시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새로운 전세버스 운송체계를 만들어 직행과 정시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김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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