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이병헌 감독 “실화 믿고 웃음 내려놨죠” [쿠키인터뷰]

‘드림’ 이병헌 감독 “실화 믿고 웃음 내려놨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4-24 18:35:27
영화 ‘드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10년 해보고, 안 되면 말자.’ 서른 살 이병헌 감독은 이렇게 다짐했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5년 뒤 첫 장편영화 ‘스물’을 선보인 그는 3년 후 ‘바람 바람 바람’으로 평단에 호평받더니 이듬해 ‘극한직업’으로 1000만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이 감독이 4년 만에 새 영화 ‘드림’을 들고 충무로에 돌아왔다. 2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 감독은 “‘드림’은 온전히 내 의지로 끌고 간 작품”이라고 말했다.

‘드림’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감독 특기인 코미디와 감동 코드를 절묘하게 접목했다. 감독은 실화를 접한 뒤 이를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의욕에 불탔다. “이런 이야기를 전혀 몰랐던 게 미안하더라고요. 충분히 의미 있고 재밌는 실화예요. 대중영화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의지와 현실은 달랐다. 홈리스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에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제작 무산 위기까지 겪었지만 의외의 반전이 나타났다. 1626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 이후 그는 다시금 기회를 잡았다.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어요. 분명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제작이 자꾸 무산되니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머릿속에 있는 확고한 그림을 시나리오로 만들고 많은 분을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죠.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끝을 보려 했어요. 수없이 거절당해도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소외된 것을 소개하는 이야기. 이 감독은 ‘드림’을 이렇게 설명했다.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도 안 먹히는 마당에 홈리스가 축구를 한다니까 당연히 어려웠죠.” 그는 자조하면서도, 모두에게 통할 만한 소재한 걸 오랜 기간 설득했다. 이 감독은 “투자와 캐스팅 모두 ‘극한직업’이 주는 가산점 덕을 봤다”면서 “덕분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믿는 건 이야기의 힘이다. 실화가 가진 감동에 특유의 유머를 덧입히고, ‘말맛’을 더하며 지금의 ‘드림’을 완성했다.

“코미디의 적정선이 어디인지 판단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초고를 쓸 땐 지금보다 훨씬 더 코미디 요소가 많았어요. 하지만 스태프들과 회의하며 많은 걸 걷어냈죠. 희화화했다는 인상을 줄까 염려했거든요. ‘드림’이 보여주려는 착한 이야기가 유행과 맞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뒤처져봤자 얼마나 그러겠어요. 하하.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스태프들과 계속 소통했어요. 그 어떤 것도 혼자 결정하지 않았죠.”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한 건 더하기가 아닌 빼기다. 기교와 영화 장치를 덜었다. 익숙한 이야기를 거슬림 없이 재미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감독이 택한 건 속도감 있는 대사다. 그는 주연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에게 각각 1.5배, 2.5배 빨리 말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통해 이야기가 가진 전형성을 빠른 연출로 보완했다. 그는 배우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야기가 주는 감동을 이해한다는 박서준 덕에 힘을 냈단다. 아이유는 전혀 기대 않던 캐스팅이다. 스태프가 사심 담아 추진한 캐스팅에 아이유가 응하자 감독은 기쁜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이 감독은 “스타인 두 배우와 ‘팬심’으로 함께했다”며 뿌듯해했다. 

‘드림’ 촬영 현장.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 감독은 코미디를 “많이 봐오고 좋아해서 그나마 잘하는” 영역이라고 소개했다. 영화계 진입 수단으로 택했던 이 자신 있는 장르는 어느새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됐다. ‘드림’에서는 특기를 내려두고 신파를 택했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전략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그는 대표작 ‘극한직업’과 차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닭강정’을 언급하며 “‘드림’은 ‘극한직업’보다 웃음은 덜하지만 감동은 더하다. 웃음은 ‘닭강정’으로 끝까지 가볼 테니 ‘드림’은 ‘드림’만의 의미를 찾아 달라”고 힘줘 말했다.

“JTBC ‘멜로가 체질’ 종방연 때 이런 말을 했어요. ‘미적지근한 3%보다 뜨거운 1%가 더 섹시하다’고요. 시청률이 저조했던지라 모두를 격려하고 싶어서 허세를 가득 담아 한 말이었죠. 오래 회자되고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을 테니 자부심을 느끼길 바랐거든요. 돌아보면 그 말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드림’은 달라요. 미적지근보다는 확실하게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드림’이 가진 의미와 이야기의 힘을 느껴주세요. ‘드림’은 만들 필요가 있던 이야기거든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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