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상황에서 지도부에 잡음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권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책방 개점과 다큐멘터리 개봉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정권견제’ 프레임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를 두고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 지원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해 한중 관계를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3~24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접근’을 설문한 결과 67.6%의 응답자가 ‘우려됨’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에 대해서도 66.0%가 ‘우려됨’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국민이 보기에 ‘불안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잘함’ 33.5%, ‘잘못함’ 64.8%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부와 여당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전 정부를 겨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채무가 약 600조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원이 추가로 늘어났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또 최근 기승하는 ‘마약범죄’에 대해서도 “지난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많은 기관의 노력으로 마약 청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어느 순간부터 정부 당국의 방치로 마약이 국민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세 사기’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돼 전세 사기 피해가 확산했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저금리 체계가 지속하며 주택가격 급등 등으로 임차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非) 아파트 전세 시장에 몰려들었는데 이러한 부동산 시장 왜곡과 비리가 전세 사기 문제를 가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견제’ 여론이 높아진 걸 의식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의 정권견제 여론이 50% 이상으로 올라온 상황에 따른 것이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내부에서 혼선이 가해지자 지지자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맞서는 모습이다. 25일 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지은 평산 책방은 현판식을 열었다. 영업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문을 연 것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평산 책방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며 “진영논리가 강화되는 하나의 진지 구축밖에 안 된다.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나 하는 의문이 있다”고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달 개봉하는 자신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대한민국이 함께 성취한 것인데 그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과거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다음 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견제하는 여론이 결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권 주요 인사들은 각각 SNS에 글을 올리며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다. 장 청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발언을 놓고 “아메리카노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에서 화보 찍은 것 말고 무슨 성취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집값은 사상 최악으로 올려놓고,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 망치고 김정은에게 속아 북의 핵 개발만 도와주고,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개혁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5년의 성취? 국민은 생각나는 게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0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허망하다’ 한마디 하니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 당신이 뭘 했느냐고 하는데 이는 반드시 역풍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