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PD “AV 성착취 언급 안 한 이유는…” [쿠키인터뷰]

‘성+인물’ PD “AV 성착취 언급 안 한 이유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5-04 06:00:14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촬영 현장.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일본편을 둘러싼 공방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 AV(Adult Video·실제 성행위를 포함한 성인 비디오) 배우들이 출연한 2화에 비판이 거세다. 일본 AV 산업에서 벌어지는 출연자 인권 침해 문제를 외면한 데다, 대부분 남성향인 AV가 현실 여성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작진이 살피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2일 서울 소공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효민·김인식 PD는 “‘성+인물’은 각 인물을 통해 미시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프로그램이 ‘산업’ 아닌 ‘사람’에게 주목했기에 성 착취 등 AV 산업 내 문제를 다루기 어려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PD는 “제작진은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고충을 조명했다”며 “시사·교양이나 보도 프로그램이라면 성 착취 문제를 충분히 건드릴 수 있겠으나, 예능 프로그램을 향해 ‘왜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런 반문도 했다. “가령 여행 예능을 두고 ‘여행산업이 촉발한 문제점을 왜 다루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은 동의받을 수 있을까요?”

문제는 “하기 싫으면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환경”, “상대 배우가 대본에 없는 행위를 하거나 멋대로 구는 경우는 없다” 같은 인터뷰 내용이 AV 산업 내 피해자를 반박하거나 소외할 가능성을 제작진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나우(HRN)에 따르면 일부 여성들은 ‘유명 모델이나 배우로 만들어주겠다’는 말에 속아 AV에 출연했다. 제작사로부터 금전적으로 착취당하고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성+인물’이 이 같은 피해 사례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공론장을 기울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PD(왼쪽), 김인식 PD. 넷플릭스

두 PD를 만난 기자들도 ‘거대 OTT를 통해 유통되는 프로그램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김 PD는 “예능이라는 이유로 산업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것은 맞지만, 예능이라서 웃고 떠드는 얘기만 담은 것도 아니다”라며 “한 프로그램에 사회적인 문제를 모두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시청자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적정한 영역을 다뤘다고 판단했기에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여성 시청자들이 AV 배우 인터뷰에 분노하는 이유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AV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AV는 착취’라고만 말하기엔 이미 AV 제작과 유통을 합법화한 나라가 많다”면서 “여성향 콘텐츠에 출연하는 남성 배우를 만난 이유도 ‘AV가 남자만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V 배우들을 인터뷰할 때도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정중한 태도로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고 부연했다.

제작진은 “‘성+인물’은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할 때 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동성혼이 합법인 대만편에선 LGBTQ 사회를 살필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촬영은 일본편 공개 전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상태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신동엽과 성시경은 일본편을 향한 부정적 반응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PD는 “신동엽이 SBS ‘동물농장’ 등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요구를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불똥이 튄 신동엽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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