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대학설립위원인 7인의 미국 선교사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존 서머빌(한국명 서의필) 박사가 향년 95세로 11일 미국 자택에서 별세했다.
12일 대학에 따르면 서 박사는 1928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으며 26세의 젊은 나이인 1954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돼 1968년부터 1994년까지 26년간 한남대 영문학과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이 참전했던 비극적인 전쟁과 한국에 대한 관심은 선교와 사랑으로 승화되었다.
한국에 입국한 뒤 한남대(옛 대전대학)의 대학설립위원으로 대학을 세우는데 기여했고, 1968년부터 한남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언어에 능통했으며 ‘한국족보사’를 연구해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본관이 어디냐?”고 물을 정도였다.
‘한국을 너무도 사랑한 미국인’으로 알려진 서 박사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함께했던 인물로 한국 사회의 교육 발전과 민주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또 'Christian Friends of Korea'를 조직해 북한 동포 지원사업에 헌신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컸던 서 박사는 고고학 유물과 고문서, 교회사, 민속품, 교사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한남대 중앙박물관에 기탁했으며, 소중한 역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서 박사의 미국 자택 문패는 한자로 ‘牧師 徐義必’(목사 서의필)이라고 새겨져 있다.
한남대는 서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56주년기념관 대강당을 ‘서의필홀’로 명명해 사용 중이며, 서 박사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선교사촌의 ‘서의필 하우스’는 인돈학술원으로 활용하는 등 학내 곳곳에 서 박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광섭 총장은 “오랜 시간 한남대에서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시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셨던 서 박사님의 소천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분의 창학정신을 모든 구성원들과 더불어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대는 56주년기념관 1층 서의필홀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6월 7일 교내에서 서의필 박사 추모예배 및 서의필 전기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